[장제모 칼럼]

 

서울시 자치구 중 주민자치회를 먼저 시작한 금천구의 2기 주민자치회가 12월부터 시작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어 1기 임기 2년이 지난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되면서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어 본다. 당국의 대답은 어떨지 모르지만 필자의 대답은 ‘명칭 밖에 없다’고 대답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달라진 것이 명칭 외에도 없지 않지만 질문 의미에 답을 하자면 그렇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뀔 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민자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 즉 행정과 관련하여 과거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하지 않던 사업이나 임무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는  2년 전 주민자치회가 되면서 당국이 주민들에게 설명한 바로 이를테면 그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었던 사업이나 행정사무의 위탁 등으로  주민의 행정참여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기대는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인가 보다. 임무 내용에 따라 약간의 발전적 변화가 있고 또 과거와는 절차 등이 달라진 것이 없지 않지만 그것으로 주민자치의 변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외양 상 일부 시행들이 주민자율에 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행정 질서의 선후를 따져보면 여전히 관의 지휘 범위 내에 있어 주민들의 권한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주민은 관이 맡긴 임무를 수행하는 수동적 존재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국이 이 제도 그러니까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회 제도로 새로  만든 질서(규정)에 의한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제도를 보면 관(자치구로 본다)은 주민에 의한 자치(自治)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제도를 만들면서 주민자치로 간주할만한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이 제도의 본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다만 그렇게 볼 수 있는 의제(擬製) 기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행을 두고 당국을 비난 할 의도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주민자치 제도가 가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즉 현 제도로는 자율적으로 주민자치를 수행할 역량을 가진 주민구성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에게 봉사만 요구 될 뿐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없으므로 역량을 가진 주민을 위원으로 두기는 어려운 것이 현 제도가 가진 한계이다. 솔직히 말해서 현 제도에 의한 주민자치회는 은퇴한 노령자나 직업이 없거나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분들이 주 구성이 되게 되어 있는 것이 그 설명이다. 물론 직업을 가지거나 다른 임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참여하는 사명감을 가진 주민도 없지 않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현 구성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지고 본면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당국이다. 주민자치 제도는 20년 전에 시작하였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는데도 명칭만 바꾸었을 뿐 제 걸음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당국은 주민에 의한 자치를 오래 전에 정책방향으로 삼아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면서도 그것이 합리적으로 시행될 기반을 만들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른 것이다. 오늘의 주민자치회는 이런 배경으로 이해가 되듯이 그 시행은 주민에 의한 자치를 내세울만한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이유 중 하나를 들어보자, 주민자치회 회의에 토론이 없다.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대개의 회의는 집행부(와 행정)가 준비한 데로 진행되고 결의된다. 반론은 거의 없고 설혹 있다하여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행정이 포함된 집행부에 반기를 들 용감한(?) 위원을 찾기 어렵고, 반론이 있다 해도 다수결 의결이라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찬성 위원 다수로 결정이 되니 회의 결과는 하자가 없지만 과연 이러한 회의 운영이 민주주의가 기조인 주민자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는 자문(自問)해 보아야 한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재 주민자치회 구성원은 엄밀히 볼 때 주민 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다. 위원의 선임에 민주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민주적 진행이라고도 말할 수도 없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역 주민의 대표성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법률 규정에 맞추기 위한 의제(擬製) 기관일 뿐이다. 행정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주민자치기구라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보자. 마을의 공동사업을 의결하는 구성체로 마을총회를 두고 있는데 이 구성이 불합리하다. 마을총회 성원 조건을 거주 주민 수의 0.5%로 두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1%도 안 되는 수를 공동체의 의결 정족수를 두고 주민자치를 거론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나쁜 제도다. 
금천구 소속 동 주민자치회 두 곳이 전국단위의 주민자치회 경연에서 작년과 금년에 각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해당 동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고 또한 다른 동에서는 그 시상 내용을 살펴 귀감을 삼을 만한 하다. 그러나 유의하여야 하는 것은 이 상은 현 주민자치회를 기준으로 하는 평가일 뿐 이를 주민자치회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 평가로 이해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주민자치회 운영 모습 평가를 미래 주민자치회의 방향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결론을 하자.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 본래 취지를 충족할 수 없는 구조이고 따라서 현재의 평가를 주민자치 방향으로 삼는 진행은 수정되어야 한다. 주민과 행정당국에 물어본다. 주민자치 이대로 계속 진행할 것인가?(♣2019.12.12.)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다양한 마을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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