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장인들이 빚어낸 작품들 호평받아

 

  독산동을 걷다보면 낫설은 간판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큐큐, 호시, 쌍입술, 외입술, 각종구찌, 간판만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통 모르는 말인데, 수년째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옷을 만드는 공정마다 붙여진 용어들이다. 
  독산동의 현대지식산업센터도 밖에서 보면 첨단 IT 회사들이 입주해 있을거 같지만 30% 가량은 봉제회사가 입주해 있다. 금천구 산업경제에서 약 20%는 의류, 봉제 산업이다. 예전에 구로공단에 섬유회사들이 많았는데, 90년대 세계화, 워크아웃, 소사장제가 도입되면서 큰 공장이 잘개 쪼개져, 지금은 가산동, 독산동 골목에 작은 공장들로 나누어서 공정을 분업해서 일하고 있다, 한 공장에서 옷을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매나 카라 등 분야별로 나누어서 옷을 만드는 셈이다.
  봉제회사에서 주로 일 하는 사람들이 미싱사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적 시작한 일이 어느덧 세월이 지나 40여년 봉제노동의 달인이 되었다. 미싱을 타던 그녀들이 2018년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지그재그 봉제 수다방’으로 뭉쳤다. 
그동안 묵묵히 일만해왔던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자기자신을 들어내는 작업을 하고자 만든게 봉제수다방이다. 구로공단 투어로 열심인 강명자씨는 41년 경력의 소유자다. 그년는 이번 생활예술프젝트를 기획했다. 같은 직종에서 수십년 일했던 사람들이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이야기 하면서 예술가로 변신했다. 
  12월 3일 오후 7시 금나래아트홀 갤러리에서는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 전시회 축하행사가 열렸다. 이번전시는 12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이용진(금천문화재단) 대표는 지그재그 봉제 수다방에 참여해서 생활을 나누면서 자신들의 삶을 작품으로 만든 강명자(41년경력), 김용자(47년 경력) 표영숙(47년 경력), 조분순(44년 경력), 권영자 선생님(38년 경력), 정의금(28년 경력) 작가들을 격려했다. 축하행사에는 작가들의 가족과 친지, 관심있는 지역주민 40여명이 참여했다. 
  김용자 작가는 봉제 기술인 쌍침기법으로 ‘나의 47년 봉제의 길’을 표현했다. 작품에는 가발을 쓴 흑인여성, 운동화, 인형과 옷이 표현되어있다. 예전 구로공단에 가발을 수출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아마도 가발공장에서 미싱을 배우고, 운동화, 인형 공장을 거쳐 이제는 옷을 만드는 47년 노동의 기록이다. 돌아보면 그 시절에는 고된 노동에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추억이 되어 그시절 친구들 그리움이 남는다.
  조분순 작가는 처음 인형옷을 만드는 일로 시작해서 옷을 만드는 공장을 거쳐, 속옷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했다. 지금은 명품 옷수선 일을 47년을 하고 있다. 뜯고 박고 명품 수선일을 하지만 가슴속 한켠에는 평와와 통일을 염원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강명자 작가는 41년 경력의 미싱사다. 그녀는 1985년 대우어패럴(지금의 현대아울렛자리) 노동조합 사무장을 하다가 구속되었다. 당시 구속에 항의해서 구로동맹파업이 벌어졌는데, 이는 한국전쟁 이후 일어난 최초의 노동자 동맹파업이었다.
  그녀는 지그재그, 가이루빠, 뺑뺑이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나의 직업은 미싱사다. 드르륵 드르륵, 미싱소리 라디오소리 그 소음 속에서 봉제기법을 가지고 글을 써본다. 지그재그 고갯길, 비들비틀 비탈진 내리막길, 늙은 노동자 미싱사는 오늘도 뺑뺑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강명자 작가는 “그동안 우리는 예술, 문화는 모르고 살았다. 문화생활은 영화보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봉제수다방을 통해서 일하는 것도 문화고 예술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더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지역과 소통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모태가 되었으면 좋게다. 내년도에도 생활문화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고 했다.
  가산동, 독산동에는 지금도 골목골목에 봉제회사를 쉽게 볼수 있다. 봉제 수다방이 계속 이어져서 생활속 예술가들이 고된 노동에서 꿈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최석희 기자 
nan7615@gmail.com

(위)전시회에 참여한 6면의 봉제장인들 (아래) 김용자 작가의 ‘나의 47년 봉제의 길’ㅣ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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