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세종대왕
그리고 연꽃학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창작과 비평 출판
10월은 늘 정신없이 지나간다. 각종 행사에 바깥 나들이도 많고 기념일도 유난히 많다.
아이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고 어른들도 그저 무심히 지나가는 한글날…
어릴 적 기억에도 한글날에 했던 특별한 행사가 없고 요즘에 와서도 신문 한 귀퉁이의 작은 관련 기사를 보고서야 그래 한글날.. 하게 된다.
수십년을 스쳐지나간 한글날이 큰 의미를 주지 않았지만 우연히 아는 분께 받은 책 한 권은 그 속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고뇌와 아픔 그리고 소통을 보여주면서 비로소 박제된 한글날에서 벗어나게 한다.
세종과 세조는 갖고 있는 병이 많았다고 한다. 세종은 당뇨와 안질환이 있었고 세조는 피부병이 심했다 한다. 이들이 자주 찾던 곳이 충북 청원의 초정리 약수터인데 오늘 소개할 책의 배경이기도 하다.
장원이는 아버지,누나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간다. 석수장이인 아버지는 몸이 아프고 누나는 약값 때문에 멀리 팔려간다.
장원이는 13살인데 초정리에서 약수를 떠다 주는 것으로 간신히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초정리의 한 정자에서 만난 토끼눈 할아버지는 근심이 많아 보인다.
장원이는 할아버지에게서 새로 만들어졌다는 글자를 배우고 그것으로 할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장원이는 글자를 익혀 누나와 친구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이것을 통해 이들은 아주 중요한 소통을 하게 된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다소 교훈적인 내용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다른 부분이 드러난다. 바로 세종대왕의 ‘고민’이다. 세종은 한글 반포를 했으나 많은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를 고민했을 것이다.
또한 한글이 어떻게 퍼져 나갈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가 아닐수 없었을 것이고, 과연 이 글자로 소통이 가능할지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장원은 글자를 쉽게 익혀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들간의 중요한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이런 장원의 역할은 세종의 뜻과 진실이 그 힘을 발휘한 것으로 세종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주었을 것이다. 석수장이를 꿈꾸는 장원도 자신이 만든 연꽃확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을 고민할 때 다시 만난 세종이 그것을 물이 흘러나가는 자리로 하라는 말을 해주자 뭔가를 깨달은 듯 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종 자신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다.
책의 두께가 있으나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가끔은 중학생 권장도서에 포함되어 있으나 초등 6학년이면 무리없이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책이 갖고 있는 무게는 존재한다.
그것은 ‘소통’을 말하기도 한다. 소통의 중요성과 그것의 실체, 또 세종에 반대를 했던 신하들과 자신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묵직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각종 네트워크와 소통도구들이 범람하고 있는 지금, 장원이가 흙바닥에 썼던 서툰 편지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담긴 투박하지만 따뜻한 진실 때문일 것이다.
'탐방 기고 > 은행이의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치모치나무>를 읽고 (0) | 2011.12.13 |
---|---|
<은행나무도서관의 책소개> 오이대왕 (0) | 2011.11.21 |
은행나무 도서관 -<짖어봐 조지야> (0) | 2011.09.22 |
루케미아 루미 (0) | 2011.08.23 |
[은행이의 책소개] 지리, 세상을 날다 (0) | 2011.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