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지은 <오이대왕>, 이 작품으로 작가는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합니다. 게다가 <학교 가기 싫어>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와 같이 우리 도서관에 있는 친숙한 책을 지은 사람입니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 여자인게지요. 개인적으로는 <오이대왕>과 함께 <깡통소년>을 참 좋아합니다.
이 사람의 작품에는 유머가 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가볍게 웃음으로 버무려 마음마저도 가볍게 만드는 그런 힘이죠. 게다가 내용에는 가벼움 속에 보이는 자신의 확고한 생각들이 나타납니다.
어느 날 볼프강의 집에 나타난 오이대왕은 참 가진 것도 없으면서 이것 저것 권위를 부리면 집안을 평정하려듭니다.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군림해 오던 아버지는 그런 오이대왕에게 복종하게 되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심한 저항감을 느끼게 됩니다... 라고 이 이야기를 요약해 버리면 되게 심각한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 오이대왕은 거의 물컹한 오이처럼 생겼고 먹는 것은 썩은 감자며 별다른 생각도 없는 멍청한 자칭 대왕인 것입니다.
게다가 자기 발톱에 페티큐어를 칠하라고 명령을 하는데 더 웃긴 것은 그 명령을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이대왕은 가족들이 자기를 싫어하자 가족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전을 핍니다. 엄마의 비싼 옷 영수증, 볼프강의 아버지 싸인 흉내낸 종이.. 이런 것들을 몰래 꺼내오고 눈에 띄라고 아무데나 놓고 좋아합니다.
오이대왕의 출현으로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은 더 강화되었고 가족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크게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이대왕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 서로 하나가 되면서 서로의 도움 속에 차츰 하나씩 각자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볼프강의 경우는 누나의 도움으로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하슬링거 선생님과도 오해를 풀게 되지요. 가족이 합심하여 오이대왕이 없애려 했던 지하실의 구미-오리들을 구해내기도 하구요. 결국 오이대왕을 믿었던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입니다.
가족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고, 가족의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도 이 이야기는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나누어줍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 가족의 '오이대왕' 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은 잘난 것도 없이 권위를 부리려 하고 이간질도 시키지요. 그 놈이 있다면 한 번 소탕 작전을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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