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결심과 각오, 그것이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새로운 자기결단과 시도는 그 무엇이든 아름답다. 올해 나는 아주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노동자협동조합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창업의 부푼 꿈을 안고 퇴사했지만 아직 제 자리 걸음. 내가 생각한 창업은 개인 또는 법인형태의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형태이기 때문에 더욱 진척이 더디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길을 함께할 미래의 동업자를 찾아다니며 공동창업(동업)의 형태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협동조합의 모델을 찾을 수 없어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을 예를 들어 공동개원 형태를 가지고 설득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뭔지 조금은 알겠으나 자신의 삶과는 먼 듯 하다는 반응이었다.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은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혼자 꾸는 꿈, 그 초라함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지난달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의 나의 설득작업이 이제 조금씩 반응을 나타내고 있고, (협동조합기본법 제정도 코앞에 와 있는 만큼 희망을 가질만한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만큼 협동조합을 향한 나의 발걸음에도 힘이 생겼다. 올해 나의 구체적인 계획은 자동차 정비기사 중심으로 출자자를 모아 ‘자동차정비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과 같이 공업사의 정비기사들도 창업을 꿈꾼다. 그러나 창업에 이르기까지 창업자금, 입지, 고객확보 등의 여러 불충분한 조건들이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지인들이 창업이후 기술인력 관리, 공업사의 난립으로 인한 과다경쟁, 부품비의 가격인상 등으로 고전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내구성이 좋아져 정비횟수가 감소하면서 공업사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창업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적어도 소자본 창업의 영세성을 벗어나거나, 보험회사 긴급출동 가맹점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경영상의 재미를 보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자동차정비업은 3D업종으로 정비를 배우고자하는 20대 젊은 견습노동자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평균연령이 높아져 30대 중반이후 4, 50대 정비기사들이 많다. 숙련기술자가 정비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어도 전수받고자 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대별 노동자간의 친화와 소통, 기술전수 등으로 이어지는 활기찬 공업사는 간데없고, 중장년정비노동자의 공업사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와 소비자가 만족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일, 그것이 지금 계획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목표다. 자동차정비노동자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다른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인 ① 가입자유의 원칙 ② 민주적 관리의 원칙 ③ 자본에 대한 이자제한의 원칙 ④ 잉여금 공정분배의 원칙 ⑤ 협동조합 교육의 원칙 ⑥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경영과 기업의 이익극대화 아닌 조합원 편익우선의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협동조합 운영원칙에 동의하는 정비노동자 즉, 뜻을 함께하는 전, 현직 정비업 종사자는 물론 자동자 정비 기능교육을 받은 명예퇴직자, 정비업 관련 청년구직자와 함께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뿐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업사를 찾고 있는 주민들 또한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설립은 금천이라는 마을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교류와 화합,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을 공동체로 새롭게 거듭나는 여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뜻이 있는 분들이여, 모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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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사회적기업 지원센터에서 2012년 1월 13일부터 2월 18일까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지역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위한 주민 기초강좌를 개최한다. 문의 2627-2027


글  : 고 승 관 (시흥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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