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수연(가명, 31세)씨는 금요일 밤이 되면 친구들과의 약속을 거절한다. 회식자리에서도 1차만 마치고 일어난다. 모임을 뒤로 하고 그녀가 향하는 곳은 바로 금천구청이다. 김수연씨는 그 곳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학습강좌인 ‘예술정원, 소묘와 풍경화’ 강의를 듣고 있다.
구청 지하 1층 평생학습관 제3강의실에 들어서면 김수연씨는 수업 준비를 시작한다.구청에서 제공한 이젤을 원하는 자리에 설치하고, 개인 사물함에서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를 꺼내온다. 김수연씨는 소묘 파트를 수강하고 있기 때문에 화구가 간단한 편이다. 풍경화 파트수강생들은 파레트와 물감, 붓 등 수채화 화구를 준비한다.
수업은 파트별로 따로 진행된다. 물론 강사도 두 명이다. 소묘 파트 강사는 직접 스케치를 시범해 보이면서 수업 주제를 설명한다. 풍경화 파트 강사는 풍경화 사진을 스크린에 비춰주고 각자 그리도록 한다. 하지만 두 강사 모두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법을 강의 하지는 않는다.
소묘 파트 강사 정무송(가명)씨는 “가장 단순한 육면체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작품이 나옵니다. 그림에는 그린이가 묻어나오는 거죠.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의 감성을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 현실을 똑같이 그리는건 100가지 미술 기교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풍경화 파트 강사 김태호(가명)씨는 “그림은 현실과 닮아야 한다.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미술을 즐기시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술은 고독, 질투 같은 극단적인 감정을 보여 줄 수도 있거든요. 수강생들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으로부터 더 자신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강생의 감성을 강조한다.
수강생의 연령대는 21세부터 63세까지 넓다.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직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싶어 모였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수업 참여가 활발하다. 서로의 그림을 보며 토론과 강평도 스스럼 없이 한다.
김수연씨는 “제가 그림을 그려서 화가로 뭔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언젠가 화구를 들고 들판에 서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은 있어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미술에는 아마추어가 없데요.”라고 그림을 보여주며 수줍게 말한다.
각자의 꿈을 향하여 그림을 그리는 수강생들에게 금천구청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강사와 학생 모두 “수업 시작은 6시 40분인데, 앞 수업이 6시 40분에 끝나요. 의자와 책상을 정리하다 보면, 수업 시작이 늦어요. 이런 부분은 개선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바라는 것이 소박하다.

박윤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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