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같은 삶, 삶 같은 여행  그렇게 금천으로 가자 

-07번 마을버스를 타고 마을을 답사하다 (마을답사 : 열여덟번째 이야기)


내일이 춘분이다. 春分, 이름 하여 봄을 나누는 계절이 온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날이 “확”풀어졌다. 여기저기 바라 볼 것이 많아져서 “봄”인가. 뒷산에 가지마다 물이 올라 잎눈이 벌어지고 물가에 얼음도 풀린 지 오래라. 제 갈 길로 떠난 철새들의 빈자리에 물소리가 잔잔하다. 소리 없이 봄이 다가오니 땅이 부풀어 오르듯 맘은 벌써 산으로 들로 물가로 향한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이 말은 이렇게 마냥 들뜨는 철모르는 사람에게 자연의 질서를 일러준다. 해서 바람이 여전한 월요일 누구 말대로 팔자 좋게 마을 여행을 떠난다.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된 시흥 홈플러스 옆길로 07번 마을버스 종점을 찾아가는 길이다. 07번 마을버스는  문일고등학교에서 가산디지털역까지 오고간다. 학교 앞이다 보니 여기저기 학생들이 눈에 띈다. 아니 가만 바라보니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남학생들 옆에 이쁜 여학생들이 제법 많다. ‘남학교 앞에 왠 여학생이 많다싶다.’했지만 봄이지 않나. 입춘을 앞둔 춘삼월에 당연 하겠지. 음양의 조화로운 이치이기도 하거니와. 그래도 남학교 앞에 당당한 여학생들 차림새는 놀라운 따름. 아니 겨우 낮과 밤이 반반이라는 계절에 허연 다리를 다 내놓고 용케 교복치마를 미니로 고쳐 입었다. 남학생들 또한 만만치 않게 스타킹바지로 멋을 한껏 부렸다. 부모들은 속 터질 노릇이지만 난 그만 웃음이 픽 난다. 지들은 멋이라고 한껏 차려입었으나 한결같이  똑같으니 개성 없는 패션이 어디 축에나 끼나. 

아이들을 뒤로 하고 07번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정류장 앞엔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종점을 향해 걸어가니 빗물펌프장과 노인복지센터가 보인다. 기사님 말로는 손님들 중에 어르신이 많단다. 한참을 기다려야 버스에 오르는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도 많단다. 5분정도 기사님과 종점에서 쉬었다가 다시 가산디지털단지 역으로 향한다. 잠시 후 백산초 5학년짜리 사내아이가 탄다. 자기는 무지개아파트에 7살 때부터 살고 있고 친한 친구(아이 표현으로는 베스트프렌드)가 삼척으로 전학을 가서 너무 외롭단다. 아니 그래서 어쩌라고. 07번 버스 볼 때, 학교 앞에서 떡꼬치 먹을 때, 심심할 때 친구 생각이 난단다. 본인 말대로 단단히 외로운 모양이다. 시키지도 않은 말을 줄줄이 토해낸다. 07번 버스는 이렇게 초등생 아이가 지 인생을 토로해도 될 만큼 한가롭게 운행되고 있었다. 

출퇴근시간도 잠깐 동안 사람이 있고 대체로 한 낮엔 사람이 없단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아이가 아는 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무지개 아파트에서 아이가 내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까 하다 그냥 한바퀴 더 돌기로 한다. 내가 망설이는 걸 아셨는지 아저씨는 심심하니 다음에 내리라 한다. 

주춤주춤 주저앉아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학생 막내가 있고 정년이 따로 없는 마을 버스를 시작한지 이제 3개월째란다. 금천구청역에서 독산역을 지나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돌아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손님이 적어 한때는 폐쇄되었다가 2009년에 재개되었지만 지금도 적자 운영되는 유일한 마을버스란다.  05,06번에서 번 돈을 07번 적자에 메운단다. 

한신IT빌딩에서 마리오사거리로 나오는 길은 주말엔 대책 없단다. 게다가 선거 때라 그런지 신호등이 안보일 만큼 프랭카드 많단다. 그러고 보니 온갖 선거관련, 부동산 관련 현수막이다. 2012년 봄을 보내면서 우리들의 최대 관심사는 선거와 집인가 보다. 하지만 2012년 총선이 우리의 미래다. 총선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가 나의 부동산 뿐 아니라 내 미래를 책임질 것 아닌가.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22호  2012. 3.23 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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