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마을버스 가는 길 위에 사람들 

-08번 마을버스를 타고 마을을 답사하다- 마을답사 : 열아홉번째 이야기



‘워워’, ‘캬아~’ 절로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처럼 탄성이 나온다. 이 소리는 봄 쑥이 어느 새 땅위로 올라와 고개를 내미는 속도와 같다. 함께 마을버스를 탄 사람들은 몸이 절로 들썩들썩. 우右로 쭉 밀리다가 좌左로 확 땡겨지는 원심력을 따라가는 놀이기구를 탄 것이라. 그렇게 여기면 행복한 마을버스 08번의 길 위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시흥4동 남부여성발전센터를 좌로 산기슭공원을 우로 두고 마을버스가 가파르게 올라가다 금천구립도서관에서 아슬아슬 좌로 회전과 동시에 내리막길을 타다 금천문화체육센터 입구에 이르기 전 급경사를 쭉 내려가며 정심초등학교 앞에서 다시 위로 사정없이 오르다 금천창의공작플라자부터 내리막을 달리면서 동시에 우로 회전하는 이 길. 

독산3동 영남초등학교 앞까지 빠져 나오기까지 20개 이상의 방지턱도 넘어야하는 고난이도 고갯길을 달리는 08번 마을버스. 기사님말로는 그래도 신호등이 없어 운전할 만 한 길이란다. 가히 우리나라의 교통사정을 고려한 말씀이랄 밖에. 그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는 것은 누가 그러게 산을 깍아 도로를 만들라고 했나. 생긴 것이 애초에 산이었으니 오르막내리막 길을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예로부터 산을 끼고 학교를 두었으니 금천구청에서 독산고등학교까지 가는 08번 버스 길 위 엔 학교가 즐비하다.  신흥초등학교, 문교초등학교, 정심초등학교, 영남초등학교, 문성중학교, 한울중학교, 독산고등학교, 난곡중학교. 그렇다 보니 도로엔 온통 “어린이보호구역” 노란 안내글이 무늬같이 새겨져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안하무인 불법주차장인 된 도로 위를 아슬아슬 달리는 차를 피해 등하교를 하고 있다. 

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선 특별히 아이들을 보호하기는 어렵겠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루10시간을 이 길 위를 달리는 기사님 말씀을 전하자면 “불법 주차”를 싹 없애는 것이다. 불법주차를 없애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단다. 우선 모두 끌어가 견인하는 방법이 최고다. 점잖게 구청 체면을 살리면서 해결하려면 중앙분리대를 세우는 방법이 좋단다. 분리대에 따라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빨간색 “봉”만 쭉 박아줘도 중앙선을 넘어 좌우 주차로 도로를 점거하는 일은 없앨 수 있단다. ‘아’ 정말 그렇까? 이상은 08번 어느 기사님의 말씀이시다. 명쾌한 답을 주신 기사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08번 마을버스 길엔 숙제가 많다. 아이들이 성실하게 숙제를 다 하길 바라는 것처럼 어른들도 숙제 완수는 필수다. 08번 버스가 많은 사람들을 나르다 보니 겪는 기사와 손님간의 갈등. 등하교 길이 출퇴근 시간보다 붐벼 버스 안이 가히 폭발 직전인 상황. 주택가다 보니 좁은 골목길에 주차가 이웃 간에 정리를 저버리게 하는 엄청난 문제. 기동대 이전 터에 중학교를 유치하여 지역학교를 고르게 분포 시키는 문제.... 쌓여있는 숙제들이 참 많다.  이 숙제는 혼자하기 힘든 공동의 숙제이다. 함께 풀어갔으면 좋겠다. 

08번 길 위에 숙제가 막히면 잠시 봄쑥 캐는 사람들의 어깨위로 따뜻하게 떨어지는 햇볕을 느껴보시라. 남부여성발전센터 마당에 흐드러질 꽃구경 가셨다가 맘에 맞는 강좌도 발견해보시라. 우리동네 최고 도서관 “금천구립도서관”에 들려 영화도 한편보고 “금천문화체육센터”뒤쪽 산책로에서 겨울 몸을 가볍게 털어보시라. 감로천 생태공원의 계수나무 잎눈이 하트모양으로 퍼지는 구경도 하시라. 옛날엔 다랭이논이었다는 만수천생태공원에 가서는 “이제 개구리가 알을 낳았나” 찾아보시라. 만수천 위로 50미터만 올라가면 “그렇게 멋진 소나무 숲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동네 사람 고백에 맞장구 칠만한 숲을 만나시라. 이렇게 여기, 08번 마을버스 길옆으로 지친 우리를 위로 하려고 준비된 무엇이 있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23호  2012. 4. 6 ~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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