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자주 비를 만난다. 고운 단풍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안타까움. 

월요일부터 계속 비가오니 바람은 더 차고. 동네 공원을 더 돌아볼 요량으로 우산을 받치고 걷는다. 여기 시흥3동 윗동네(윗 박미마을) 빌라촌으로 들어서면 골목이 고요하다. 한적하기도 한 골목 사이사이로 은행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가 제각각 잎을 떨구고 있다. 까치공원을 들어서는 골목길 주소는 시흥대로14길 12이다. 

지난번에 갈 때만 해도 공원에 나무들이 단풍丹楓 들었나 싶었다.  이제는 나무는 빛깔 뿐 아니라 낙엽을 떨구거나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을 기약하며 그나마 나뭇잎에 남아있던 영양분을 가지와 줄기와 뿌리로 내보내고 잎은 기꺼이 떨어질 준비를 한다. 반질반질 물기로 반짝이는 나뭇잎들도 겨울을 준비하느라 바짝 말라있다.  그동안 광합성이라는 것으로, 그러니깐 충분한 노동의 댓가로 얻었던 초록의 엽록소는 서서히 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뭇잎의 사라짐은 나무를 살리는 일이다. 함께 겨울을 나자고 나무에 붙어 있다가는 통통한 수분이 얼어 그냥 죽어버릴 수도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때 이른 추위에 맞춰 지금 잎들은 부지런히 떨어지고 있다.

공원에 도착하니 그렇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지런히 쓸어 모으시는 할머니가 있다. 나는 늘 비슷한 생각이 든다. 봄이 되어 새순이 돋아 계절을 알려주는 것처럼 나뭇잎이 좀 떨어져 있으면 얼마나 시기적절한 가을을 표현 하는가 싶다. 하지만 어느 공원 어느 가로수에서나 낙엽 쓸어 모으는 일로 바쁘신 분 들을 만난다.

운동하는 분들이 바람에 날린다고 싫어하신다고 한다. 이미 비에 젖은 나뭇잎은 바닥에 착 달라붙어 비질에도 꿈쩍 않는다. 보다 못해 “오늘은 그만 비가오니 나뭇잎을 쓸지 않아도 되겠어요.” 말씀드렸더니. “아휴,  비질이 안되네. 낼 아침 일찍 영감하고 와서 해야 할 모양이야.”하더니. 비질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지나가던 할머님이 나와 같은 맘이셨는지. “오늘은 그만 해도 되겠어요.”하신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번 달까지 까치공원에서 일하신다고 한다.  공공근로 작업을 하시는 모양이다. 공원입구 분리수거함 옆에는 그동안 쓸어 모은 낙엽자루가 제법 많다.

무엇이 아쉬운지. 계속 낼 아침 일찍 와야겠다고 다심을 하신다. 이렇게 비가오니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분이 아닐까싶어 이렇게 저렇게 말을 여쭙는다. “까치공원에는 아이들이 많이 오지요.” “그게 어린아이들 몇몇이 따로따로 왔다가 공차거나 하지.” “여자아이들은 4학년이나 됐을까하는 아이들이 같이 그네 타러 와서 잠깐 놀다간다”고 한다. 덧붙여 하시는 말씀은 요즘아이들은 바빠서 노는 아이가 없는 것 같다고. 

또 노인부부와 할머님들이 번갈아 걷는 운동을 하시는데 그 정도가 까치공원의 단골 이용자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까치공원도 지난 번 갔었던 비둘기공원처럼 윗부분은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흙바닥 위로 낙엽이 차곡차곡 쌓인다. 한참을 바라보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무와 나의 역사가 같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냥 순간과 순간이 만났으니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나뭇잎의 흔적을 쫒아 어디에서부터 떨어졌나 어미 나무를 찾아본다. 

까치공원에는 느티나무가 일곱 그루- 가장 화려한 단풍을 보여주고 있다. 열매가 아직도 달려 있는 꽃사과나무엔 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우람하기 짝이 없는 버즘나무의 거대한 잎은 아직도 건재하다.  은행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향나무, 개나리, 화살나무, 철쭉, 회양목, 사철나무가 여는 공원에서 봤던 대로 익숙한 자리에 있다. 하지만 익숙한 그 나무들이 오늘은 달라 보인다.  어쩌면 그 나무들은 매일매일 다른 모습이었으리라. 내가 눈여겨보지 않는 틈에 조금씩 자라고 조금씩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사람들처럼 나무도 그러 했을 것이다. 

익숙한 것들이 다르게 보였던 까치공원. 거상빌라102동, 미도빌라7동, 유정빌리지, 미도빌라8동, 미도빌라9동, 미도빌라11동, 거상빌라101동이 호위하듯 공원을 감싸고 있다. 건물도 쉼쉬게 하는 공원이 거기 있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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