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강조, 또 강조했던 박물관 관람의 제일 기본 원칙이 있었다. 기억하시리라. 첫째도, 둘째도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온 박물관인데 싶어 1전시실, 2전시실, 3전시실, 이렇게 전시장 전부를 둘러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이다. 이젠, 절대 이렇게 하시지 마시길. 그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외치자. 나는 관람자다. 내가 보고 싶은 걸 본다. 


박물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엔 책이 많다. 그래서 필요한 책,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다. 한꺼번에 수만권의 장서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볼 수도 없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은 인류의 발달사, 생활사가 각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길게는 1만년, 짧게는 몇 십 년이니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정말이지 욕심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박물관도 골라서, 나누어서 보아야 한다.


박물관은 백과사전이다. 

박물관과 백과사전은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모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정보가 아무리 많이 있다한들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그저 정보의 바다만 이룰 뿐이다. 백과사전의 깨알 같은 지식도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박물관에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되고 유물이 말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국역사를 통째로 만날 수 있다. 물론 유물로 만난다. 한 번에 보기 어려운 것 물론이고 어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백과사전을 들추듯 시간을 두고 잘게 나누어 찾아보면 쉽다. “오늘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자.”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발해는 분명 우리 민족이 세운 국가가 맞아. 어디에 세웠는지 궁금해.” 

내가 보고 싶은 걸 보면, 관람이 자유로워진다. 박물관이 정해준 동선대로 볼 필요도 없고 그 많은 전시물도, 패널의 설명도 다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궁금한 것부터 전시장을 찾아 둘러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박물관에 흥미가 생겨난다. 또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세히 보게 된다.  


주제별 접근은 어떻게 하나?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은 박물관에 다 있다. 자동차에 관해 알고 싶다면? 자동차박물관으로, 죽음에 관해서? 그러면 쉼박물관, 열쇠? 자물쇠? 쇳대박물관, 청자? 청자박물관이나 도자기박물관,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이 궁금하면 달동네박물관, 화장을 언제부터 했는지 궁금하면 화장박물관 …….

이제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옛사람의 일생은 어떠했을까? 민속박물관에 가면 의식주를 비롯해 통과의례, 사회제도 등이 망라되어 있다. 가보고 나니 심화된 궁금증이 생겼다. 집의 구조는? 옷의 종류는? 장식은?  어떤 음식을 먹었지? 한옥마을이나 민속촌에 가면 해결된다. 기와집, 초가집, 부엌과 안방, 사랑방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집안 인테리어는? 가구박물관으로 고고! 옷은 무엇으로 장식했지? 자수박물관이 있다. 섬세하고 고운 자수 작품을 보는 것은 물론 문양공부도 덤으로 따라온다. 

우리는 박물관이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 잘 먹으면 된다. 잘 먹고 나면 내 지식이 되는 거다. 행복하지 아니한가?  


다녀온 후 정리는 꼭 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차곡차곡 일기장이든 파일이든 공책이든 모아놓으면 좋다. 거창한 정리가 필요하진 않다. 입장권을 붙이고 갔다 온 날짜와 박물관, 누구랑 다녀왔는지만 적어도 좋다. 이런 간단한 정리만 했는데도 훗날 들춰보면 나의 역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거창하고 화려한 정리에서도 욕심을 버리자.



<남산한옥마을의 양반댁 부엌. 나란히 걸린 소반이 각상을 받았던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동두천에 있는 마니커닭박물관. 닭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재미난 박물관이다>

<떡박물관에 가면 아이들 돌상에 차려진 떡과 음식을 볼 수 있다. 통과의례 때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차렸는지 알 수 있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가칭)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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