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다섯번째 이야기


박물관에서 공부를 한다고? 박물관에 가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공부라고 하면서 그런데 왜?  특별히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하는 것이지? 꼭지 제목은 ‘박물관에서 놀자~’라고 해 놓고 박물관에서 웬 공부? 

이번 글부터 몇 회에 걸쳐 정말 박물관에서 공부하는 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럼 무슨 공부를 하다는 것이지?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다. 박물관은 역사공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려워만 하는 사회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어떻게 할까? 초등생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자. 먼저 사회교과서를 펼친다. 4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에 경제가 다루어진다. 경제? 머리부터 아파온다. 생산과 소비, 분배, 효용가치, 환율……. 경제용어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박물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돈에서부터 출발하자. 우리나라 돈을 발행하는 기관은 한국은행. 이곳에도 박물관이 있다. 화폐금융박물관이다. 물품화폐부터 철전, 은병, 상평통보는 물론 현용 화폐에 이르기까지 돈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세계의 화폐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위조지폐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천 원짜리를 들고 연신 “내 돈이 진짜 돈인가”를 살핀다. 

또한 중앙은행이 하는 일, 물가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인플레이션도 필수코스. 다른 나라의 화폐 단위와 환율계산도 척척할 수 있다. 경제가 보인다. 2층에 올라가면 돈이 잔뜩 쌓여 있는 금고에 들어 갈 수 있다. 실제 돈자루를 들어보면서 돈의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억 원을 들면서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 “무거워도 좋아. 이 돈이 내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등장한 화폐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돈이 가깝게 느껴진다. 대전에 있는 화폐박물관에도 화폐의 발생에서부터 역사, 제조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돈을 보았으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둘러보자.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한국상업사박물관에서은(지금은 보완을 위해 휴관중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상업의 발달과 유통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시장에서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상거래에 쓰였던 물건들과 문서, 도량형도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옛시장의 모습은 서울역사박물관과 농업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국가가 관리했던 시전과 지금의 동대문시장 부근의 인현시장과 남대문시장인 칠패시장, 한강의 경강시장(노량진, 마포, 용산, 송파…) 등을 만날 수 있다. 농업박물관에는 실제 시골 장 구경나온 사람처럼 어슬렁거릴 수 있도록 커다란 장터를 재현해 놓았다. 쌀, 닭, 생선도 팔고 있고, 대장간 구경도 한참 할 수 있다. 물론 배가 고프면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었던 주막도 구경거리다. 

돈도 벌었으니 저축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은행의 역사와 하는 일은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국금융사박물관과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에 가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한국금융사박물관은 진대법과 같은 구휼제도부터, 객주, 전당포,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은행 등 금융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당나귀는 왜 은행에 갔을까?” 질문의 답을 찾다보면, 은행의 역할을 알 수 있다. 2층 체험실에서는 1원짜리가 몇개 모이면 100만원이 되는지 아이들과 헤아려 보면 신이난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은행의 역사가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인 식민지시대의 은행을 보면서 새삼 민족자본의 중요성도 깨닫고, 한국전쟁 때 임무를 다하는 은행원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진다. 은행하면 저축이 떠올려지는 것은 당연. 이곳엔 저금통갤러리가 유명하다. 그저 구멍 뚫린 저금통인줄만 알았는데 2억에 달하는 저금통이 있다! 그것도 이곳 은행사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세상에 단 두 개만 있단다. 

박물관 둘러보기가 끝나면 아이들과 시장과 대형마트를 가자. 생산과 소비, 유통 이러한 것들이 용어가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 나눔 발기인회 대표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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