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더 재미있게 박물관으로 가 보자. 어떻게? 욕심을 버리라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아주 재미있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옛이야기와 박물관을 연결해 보는 것. 일명 ‘옛이야기와 박물관 짝짓기놀이’다. 이렇게도 박물관을 볼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방귀쟁이 며느리>와 한의약/의학박물관 방귀이야기만 나오면 아이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방귀쟁이 며느리>를 꺼내들고 심각하게(?) 방귀이야기를 해본다. 이야기 속 며느리는 나무에 매달린 배를 떨어뜨릴 만큼 엄청난 방귀 힘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방귀는 왜 나오는 걸까? 아파서 그런가? 방귀쟁이 며느리를 데리고 어디를 가면 좋지? 병원과 의학에 관련된 박물관을 찾아 궁금증을 해결해 보는 거다. 


<영월의 조선민화박물관. 까치와 호랑이 민화를 직접 그려볼 수 있다.>


서울의 경동시장에는 한의원과 약재상들이 몰려있는데 이곳에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건강을 지켜왔던 한방치료법, 의약기구, 약재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양동에 있는 ‘허준박물관’에선 한의학관련 전시물뿐만 아니라 <동의보감>과 조선의 명의, 허준 선생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가 활약했던 내의원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병원은? 지금의 서울대학병원 전신인 대한의원으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근대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남아 있다. 그곳에 ‘의학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의학박물관에는 서양의 근대의학이 도입된 이후 각종 의료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앗, 이런 기구로 수술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기구들도 있어 오늘날의 첨단 의료장비들과 비교된다.

<팥죽할멈과 호랑이>과 농업박물관 ‘농업박물관’에는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래 생산 활동의 기본인 농업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담 팥죽할머니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야기 속에는 팥죽할멈을 도와 호랑이를 무찌르는 농기구들이 등장한다. 실제 멍석과 지게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업박물관이다. 언제부터 팥농사를 지었을지, 어떤 농기구들을 사용했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내가 이야기꾼이 되어 한편을 다시 만들어 보는 거다. 난 호미를 등장시킬 거야. 난 동장군이 오줌을 확 쏟아 붓는 장면을 넣어야지….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나는 신화이야기, <마고할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연사박물관에서 가면 그 비밀이 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생물의 진화과정과 종류, 생태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와 태양계의 생성, 지구 탄생의 비밀, 지층의 변화 등 46억년의 지구의 역사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엔 처음 세상은 해도 둘, 달도 둘이었다. <마고할미>는 뚝딱뚝딱 세상을 빚어 놓는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해와 달은 호랑이에게 엄마도 잃고 쫒기는 신세가 된 오누이이다.  

옛이야기와 박물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화와 과학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는 세상은 옛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과 ‘국립과천과학관’, ‘국립중앙과학관’, ‘지질박물관’에서도 지구의 탄생과 역사를 볼 수 있다. 

옛이야기와 박물관 짝짓기는 무궁무진하다. <흥부와 놀부>에서 부자가 된 흥부네 집에서 놀부가 욕심내 가져갔던 화초장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심청전>을 읽고는 장애로 살아가는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꽂혀 있는 옛이야기를 들추며 박물관과 짝짓기놀이를 해 보자. 가보고 싶은 박물관이 저절로 많아질 것이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가칭)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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