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에서 1900년에 창간한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이다. 어쩌다가 음식이 맛있다는 호텔에 별을 붙이기 시작한 게 이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맛집 소개서로 알려져 있다.
미슐랭의 그린 가이드가 아닌 레드 가이드에 나오는 별 한 개, 두 개, 세 개짜리의 식당들은 고급스러운 입과 두꺼운 지갑을 가진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일단 그런 곳은 우리나라에 아직 한 군데도 없으니 서민인 우리로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슐랭에서 내린 별을 맞은 식당에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가게 되었다고 맛있는 것을 포기한다면 맛과 멋을 아는 민족의 피를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무거나 잘 섭취하는 서민적인 입과 주머니에 들어있는지조차 깜박 잊어버리고 마는 가벼운 지갑과 미쉐린 타이어와 똑같은 재질의 ‘쓰레빠’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차를 끌고 먼 곳까지 갈 게 아니라 슬리퍼를 끌며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쏘다니다가 싸고 맛있을 법한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쓰레빠’ 가이드의 탄생이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 요소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의 어렸을 적 추억이라든지, 식당 주인의 사연이라든지, 음식을 함께 먹었던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똑같은 음식이라도 각기 다른 맛으로 각인되게 마련이다. 기억해보라,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무척 배고팠을 때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던 사람과 함께 먹었던 음식 아닐까? 이런 음식과 맛을 찾고 그런 추억들을 들추고자 한다.
슬리퍼를 신고 동네 어귀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김현미 독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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