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찌게 하는 것들 쓰레빠 가이드 



비가 오는 금요일 저녁 독산3동 남문시장 주변에 있는 탁주·만세전을 찾았다. 염상섭의 <만세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맛있게 다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세! 부르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만세전’이라는 상호를 붙인 곳이다. 만세전에는 역시나 비오는 날이라고 막걸리와 파전이 땡겨서 집 나온 사람들이 참 많다.

비오는 날, 전국민이 막걸리와 파전이 땡기는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비가 와서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세로토닌이 막걸리와 해물파전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비타민B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설과 또 하나는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파전 지글거리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서 땡긴다는 설이다. 빗소리와 파전 지지는 소리가 비슷해서 땡긴다는 설에 대해서는 그럼 천둥칠 때는 뻥튀기가 땡기냐고 딴지를 걸고 싶다.

주문을 하니 찌그러진 노란 양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 각종 해물을 넣고 노릇노릇 지진 파전, 김칫국, 김치, 야채 양념장이 나온다.  만세전은 부부기리 운영하는데  주방은 주인아저씨(방영재, 43세) 담당이고 테이블 6곳은 주인아주머니가 담당한다.

만세전 메뉴에는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각종 전류, 무침류, 볶음류, 찌개류가 있다. 오돌뼈와 무뼈닭발 그리고 모래집 무침은 각종 야채에 버무린다.  낙지와 쭈꾸미 볶음은 소면 외에도 밥을 주문하면 남은 양념으로 볶아서 나오는데 공짜다. 소주파인 필자는 안주로 시원, 칼칼한 해물짬뽕을 자주 시킨다.

만세전의 모든 메뉴를 만드는 손은 양식조리 주방장 타이틀 20년의 관록을 지녔다. 독산사거리의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그 옛날의 캘리포니아, 건너편 국민은행 지하 아마데우스 레스토랑의 주방장 등을 두루 거쳤다. 또 육회지존이라는 프렌차이즈 회사의 드레싱을 개발을 했던 손으로 즉석에서 모든 메뉴를 만들어준다. 방영재 씨는 지금도 예전 몸담았던 프렌차이즈 회사들이 메뉴개발을 의뢰하면 메뉴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손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대학 낙방 후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그때는 자격증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김치도 함께 담궈서인지 음식 만드는 일에 쉽게 빠져들었다. “이후 학창시절에 먹은 돈가스가 너무 맛있어서 또 만드는 게 무척 궁금해서 양식의 길로 들어섰지요” 아직도 어려서 어머니가 비오는 날 만들어주셨던 김치전과 빈대떡이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혼자 먹는 사람은 없다. 비오는 날에 혼자 먹는다면 더욱 우울해질 것이 뻔하다. “비도 오는데 저녁에 막걸리에 파전 어때?”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낸다. 비가 와서 기분이 꿀꿀한대 이 사람과 마주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사람과 만날 구실이 되는 게 바로 비, 막걸리, 파전인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면 세로토닌뿐이랴 엔돌핀에 도파민까지 나온다. 그러니 비오는 날엔 좋아하는 사람을 꼭 만나자

우리 사랑 만세다.


탁주·만세전(전화:830-4796)  서울시 금천구 독산3동 165-6  덕천빌딩


김현미 독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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