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3동 기쁨 만두집

 

 

타국살이(타향살이)의 고단함이 밀려와 마음 둘 곳 없을 때 심난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찾고 정겨웠던 고향의 음식을 찾는다.


그래서일까 독산 3동의 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인 남문시장 5구역 부근에는 선불식 국제전화카드와 중국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가게들을 따라 걸어 다니다보면 각종 전병과 월병 만두와 꽈베기 등을 가판대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상호는 다르지만 같은 집인 왕만두집과 기쁨만두집은(이하 왕만두집) 연변처녀와 목포남자가 결혼하여 독산3동에 차린 가게다. 보통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은 중국식 밀가루 아침식사를 잘 취급하지 않는데 왕만두집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식사인 또우장이라 불리는 콩물부터 만두인 빠오즈, 밀가루 반죽 튀김인 유타오, 속을 채워서 전처럼 구워먹는 지단삥까지 중국 여행을 가서 아침 식사를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는 종류들을 취급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훈툰이다. 만둣국이긴 하지만 만둣국과는 다르고 완탕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훈툰은 원래 중국 북방의 요리였던 것이 상하이같은 남방으로까지 퍼진 중국의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왕만두집의 훈툰은 3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양도 박하지 않아 한 끼를 충분히 채울 수 있을 정도.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게 힘들다면 빼달라고 부탁하면 기꺼이 빼주며 토종 한국사람이란 것을 밝히면 미리 뺄지 넣을지 확인해주거나 따로 주니 고수 때문에 못먹겠다는 분들도 걱정 없이 드실 수 있다.


왕만두집은 아침식사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흑룡강성 요리라고 하는 동북 요리들도 맛볼 수 있다. 동네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은 화교들이 전파한 요리이며 그 화교들의 원류는 중국 산동성이다. 부드럽고 향이 짙은 산동요리와 달리 동북 요리는 기름지고 강렬하다. 왕만두의 마라두부(마파두부)는 초피가 들어가 입안이 얼얼하고, 건부두 볶음은 단순히 볶는 것을 넘어 강렬한 불 맛을 낸다. 당분이 섞이지 않은 춘장으로 볶아내어 건두부에 파(고수도 나온다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와 함께 싸먹는 경장육슬 또한 추천할만하다. 또 중국인 거리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양꼬치도 다양한 재료와 맛으로 준비되어있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국 사람들이 밥과 얼큰한 국과 김치가 없으면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여기듯 많은 중국인들과 중국 동포들은 기름기가 없는 식사를 하면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다보니 비가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일을 쉬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에게 일터에서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한국식 식사의 허전함과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채워주기 위해 왕만두집은 하루 종일 숨돌릴 틈 없이 분주해진다.

사진 : 위에서부터 기쁨만두집 전경, 경장육슬, 건두부복음, 훈툰

 

기쁨만두집(02)865-8687
주소 : 금천구 독산3동 970-29
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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