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빠 가이드9 - 김제식당

그 옛날 청국장이 먹고 싶다면 김제식당

저녁 밥상 가운데 넘칠 듯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뚝배기의 청국장, 살얼음낀 동치미, 가지런히 방금 썰은 김장김치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서둘러 먹다가 혀를 물곤 했다. 그때는 눈물이 찔끔 났지만 참고 두부라도 건져먹으려면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려야했다. 겨울밤은 길어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도 잘 때쯤 되면 배가 다시 고팠다. 다시 끓여 졸은 청국장에 밥을 비벼 아삭한 총각김치랑 함께 먹었다. 겨울저녁과 겨울밤이 이렇게 갔다. 청국장 뜨는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끓인 청국장 먹느라고 겨울날 방안은 발냄새 비슷한 냄새가 떠나지 않았다. 예민한 큰오빠는 냄새나는 청국장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국장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청국장이 더욱 맛있다. 옛날 먹었던 그 청국장 맛이 너무나 그리워 어디 청국장 맛있는 집 없나 하고 찾은 집이 「김제식당」이다. ‘청국장 전문’이라고 쓴 것도 손님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김제식당의 청국장 맛은 알아준다는 뜻이다.

“시골에서는 추석 쇠고 햇콩 나오면 무조건 청국장 먹는 줄 알아요. 그래서 청국장을 어떻게 잘 끓일 줄도 알고,,, 시골에서 청국장을 만들어 이렇게 큰 덩어리로 보내주면 이걸로 청국장을 끓여 팔아요.”

오인순(68세) 씨는 청국장 덩어리를 들어 보인다.

김제식당은 모든 메뉴가 싸다 그리고 많이 준다. 제육볶음 2인분(만원) 청국장 2인분(8천원). 오는 손님들이 우리도 역시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냐고 묻는다. 여기는 아는 사람들만 오니까 다 단골이다. 또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오는데 미안하고 고마워서 차마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의 나이에 특별히 돈을 크게 쓸 곳도 없는데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자꾸 물가가 올라서 걱정되기는 하지만.

전라도 음식이라 짭짤하지만 안전하다. 고추사서 시골에서 빻아오고 된장 고추장은 늘 직접 담근다. 새우젓도 소래에 한 번 가면 다섯 말씩 사서 젓을 담근다. 이런 새우젓으로 아들네 딸네에 김치도 함께 담근다. 김치 안 담가주면 사먹을까 봐 아직도 김치를 담가준다. 손녀 친구가 손녀집에 놀러와서 할머니가 담가준 김치를 먹으면서 “니네 김치는 왜 이렇게 맛있냐?” 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 게 오인순 씨의 큰 즐거움이리라

김제 황산면으로 시집가서 큰아들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아들이 지금 42살이다. 가리봉시장에서 반찬집에, 또 식당을 하다가 외상값이 쌓여 문을 닫고 가산동으로 이사왔다.

“사람들이 외상을 달라고 하면 저 말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는 생각이 들어 첫 외상을 주고 다음 외상은 외상값 안 줄까봐 주다 보니 외상값만 쌓이고 못받고 그래서 망했지. 이제는 외상은 한 번 줄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 안 줘요”

가리봉시장에서 가산동으로 이사와 김제식당을 연 지 13년 째다. 서울 올라와서 돈 많이 벌으셨냐는 물음에 큰 돈은 못벌고 먹고살고 얘들 가르친 것 밖에 못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이거면 돈 벌으신 거 아닐까.

지금까지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 된장이나 청국장을 절구에 찧고 나서 그 절구를 씻은 물에 우거지나 김치, 두부를 넣고 멸치도 좀 넣고 오래 자잘자잘 끓인 것이 그렇게 맛있었어요.”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온 전라도 아낙손은 어디를 가나 맛있게 거두고 푸지게 퍼 주는 손이다. 이게 다 징게맹게 외배미들의 넓고 풍족함 때문일까?

주소 : 금천구 가산동 45-75

전화 : 851-0016

김제식당 가는길: 가산동 주민센터 건너서 직진 100미터 은하마트 삼거리에서 좌회전 10미터 왼쪽편에 김제식당

 

김현미 마을기자

bluew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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