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6

실로 그린 그림, 자수와 문양

민화 다음으로 문양을 살펴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에는 자수 차례다. 자수는 우리의 옛 여인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대표적 규방문화 가운데 하나다. 규방은 조선시대 밖에 나가는 것이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아녀자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여자들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느질과 수놓기였고, 어린 여자건 나이 든 여자건 너나없이 옷도 짓고 장신구도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섬세함과 독특한 색감, 표현방식으로 인해 단순한 공예품의 단계를 벗어나 예술 작품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을 정도이다.

그럼 자수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자수박물관? 있을지 궁금하실 것! 물론 있다. 인사동에 있는 한상수자수박물관,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과 그 안에 있는 정영양자수박물관, 논현동 한국자수박물관이 찾아가 보기 쉽다.

자수박물관을 갈 때는 아이들과 먼저 규중칠우쟁론기를 읽고 가보자. 아이들 책으로는 <아씨방일곱동무>가 있다. 바느질도구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한결 재미나게 박물관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자수박물관에는 주로 생활용품들이 많이 있어 아기자기한 보는 맛이 있다. 주로 활옷, 댕기, 족두리 등 혼례 때 입었던 옷과 장식품, 베갯모, 보자기, 바느질 통, 함, 함을 쌌던 전대, 모자, 병풍, 장식장 등 규방문화에 관련된 전시물이 대부분이다. 물론 수가 놓인 것들이다. 자수로 이용된 문양들은 당연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자손만대로 잘 살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다. 혼례 때 입는 활옷만 보더라도 봉황과 커다란 모란, 연꽃, 산과 물, 구름을 수놓아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소망했다. (여기서 팁! 활옷은 본래 공주나 옹주가 행사 때 입는 정장으로 일반 백성들은 평생에 딱 한 번, 혼례 때 입을 수 있었다.)

남자아이에게는 호랑이 눈이 수놓아진 호건이라는 모자를 씌우는데 호랑이의 힘으로 액막음을 하려는 것. 여자아이는 모란과 연꽃을 수놓은 굴레를 씌웠다. 베개 양쪽에 붙였던 베갯모에는 수(壽)자나 복(福)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정성 들인 베개를 베고 어떤 꿈을 꾸었을지 상상해 보시길~.

숙대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자수 작품 중의 하나는 신사임당이 그리고 수놓은 초충도 병풍이다. 그림 한 장, 자수그림 한 장씩 돌아가며 붙여 만들었는데 자수나 그림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섬세하다. 정영양자수박물관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로 유명한 곳. 같은 혼례복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다르다. 사용하는 색이나 문양의 종류, 배치가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걸 볼 수 있다. 용문양은 우리나라에서는 왕과 왕족만 사용할 수 있는데 비해 중국은 혼례식 때만은 용문이 들어간 화려한 혼례복을 입을 수 있었다.

한국자수박물관에는 보자기가 특히 많다. 박물관 관장님이 우리나라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박물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자수와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고 한국 여인들의 미적 감각과 철학, 독특한 표현을 세상에 알려주고 있다. 이곳은 작은박물관을 찾아 관람하는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 한상수자수박물관 또한 북촌 한옥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윽한 전통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한 번 더 강조! 문양을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전통문양으로 우리문화 읽기>를 꼬옥 읽어보시길 권한다!

숙대 정영양자수박물관

혼례 때 입었던 활옷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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