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한 밤중에 뒷산에서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려 무서워 잠을 못잤다”

전국적으로 연일 폭우가 쏟아지던 8월 22일 기자는 산사태와 건물 붕괴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시흥3동 강호빌라를 찾았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터널 발파공사 이후 옹벽에 금이 가고, 건물에도 균열이 생겨 강호빌라 주민들은 불안속에 살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시행사인 두산건설과 서울시에 민원을 넣고 끊임없이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안전하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다행히 지난 7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호빌라를 찾아 주민을 만나고 현장을 둘러본 후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을 선정해 다시 정밀진단을 하기로 했었다.

기자는 가동 101호에 모여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한 목소리로 “하루하루를 불안속에 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시 공무원들의 안이한 처사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박일출자씨는 “어제도 시에서 과장이랑 공무원들이 왔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분통이 터진다. 공무원이 ‘100%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들 여기 와서 한 번 살아보라고 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불안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는 “월요일 새벽에는 산에서 ‘쿵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서 무서워 잠 한숨 못잤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 방문 후 시와 주민사이에 몇 차례 대화가 진행됐으나 진단에 대해 합의가 안돼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주민은 “우리는 날마다 위험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공무원과 주민이 배제된 진단을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참여해서 진단을 하길 바라는데 시에서 안 받아주고 있다”고 하며,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를 추천했다. 덧붙여 “이수곤 교수는 주민들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이지만 믿을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 혹시 이 교수에게 불이익이라도 갈까봐 우려된다”는 걱정도 내비쳤다.

빌라 뒤 웅벽에 가보니 파란 이끼가 웅벽 전체로 가득 끼어 있었으며, 선명하게 바닥까지 금이 가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끼가 이렇게 없었는데 최근에 폭우가 자주 내리면서 갑자기 많이 발생했다”며 웅벽안에 물이 많이 있어서 그런다고 주장했다. 웅벽 위를 쳐다보니 금새라도 무너져 내릴 것같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때마침 KBS취재팀과 함께 온 이수곤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이 분야에서 25년을 일했다. 진단해보면 100% 위험 진단이 나온다”고 자신있게 의견을 밝혔다. 주민들이 이 교수의 신변을 걱정한다는 말에는 “난 괜찮다. 당연히 (빌라가)위험한 것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잘 해결 될 것이다”라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기자는 현장 취재 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권형진 도시고속도로과장과 통화했다. 권 과장은 “주민이 이수곤 교수를 추천한다면 이 교수를 포함해서 진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산사태와 붕괴 걱정에 잠 못드는 주민들을 보며 20여년 전 산 바로 아래에 어떻게 건축 허가가 났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시에서는 나름의 행정 절차가 있으며, 그에 따라 공무를 집행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취재진에게 강호빌라 뒤 옹벽 상태를 설명하는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

갑자기 이끼가 많이 생기고, 금이 간 강호빌라 뒤 옹벽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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