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찰 피해자 엄윤섭씨 사찰후 우울증으로  투신자살,   금천구 민간인도 사찰해

2012년 5월 서울고등법원 '기무사 사찰 불법'판결 현재 대법원 계류 중


지난 8월 7일 기무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당했던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던 엄윤섭(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씨는 평소 연고가 없는 신길동의 한 아파트 18층에서 투신 했다. 집을 나서면서 엄씨는 집사람과 두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고 가족에게 남긴 짧은 유서에서도 “죽음으로 속죄한다”고 했다.


무엇이 엄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 출처 :오마이 뉴스- 2009년 사찰 논란과 관련해  '국군기무사령관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피해자 증언 및 2차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엄윤섭씨가 사찰 동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8일 보라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은 호사스럽게 말하는 사람 하나 없이 숙연했다. 지난 5월 고인이 발을 헛디뎌 병원에 입원했던 당시 병문안을 했었던 김영석씨가 말한다. 

  “기무사가 윤섭이를 사찰했던 사무실은 동네 사람들이 놀다 가는 ‘공방’이었어요. 사찰이 폭로된 이후 윤섭이는 공방에 오지 못하게 했어요.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혹시 사찰 피해를 입지 않을까 두려워 했어요”

고인의 후배 서주호씨는 말했다.“ 사찰이후 형을 보려고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몇 번 전화를 하면, 저희 집앞 골목에서 형이 저를 기다리곤 했어요. 밤 늦게 제가 집에 들어가다 만나서 새벽까지 이야기 하다 헤어지곤 했는데…”

사찰 사실이 알려지자 고인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전화기에서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두 삭제 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나중에는 전화기를 없애 버렸다.  

2009년 8월 13일 기자는 국회에서 엄윤섭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평택역에서 비디오 채증을 하던 국군기무부대 신근섭 대위가 시위대에 붙잡혀, 그가 가지고 있던 수첩과 비디오테이프, 메모리카드에 담긴 민간인 사찰 기록을 폭로하는 기자회견 장이었다.

그는 지병으로 군면제를 받았다. 군관련 일을 하지도 않았고 알고 있는 군인도 없었다. 그가 사찰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그는 자신보다도 아내가 사찰 당한 사실에 분노했고, 불안감에 잠을 자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이명박 정부가 가정파괴범이라고 했다. 


기무사 사찰 근거지 금천구에 있었다 ?

  당시 기무사 신근섭 대위는 금천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쫒고 있었다. 비디오 테이프의 첫 장면은 말뫼고개 횡단보도에 서있는 H 당시 민주노동당 금천구 위원회 사무국장이 등장한다. 그가 가지고 있던 수첩에는 H 씨의 행적이 빼곡이 기록되 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누구를 만나는지, 신혼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방문하고 심지어는 연인집을 방문한 사실까지 빼곡이 기록되 있다. 

  영상에는 가리봉오거리에 있는 춘천옥 근처의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와 금속노조 남부지회 사무실이 촬영되었다. 금속노조 모 간부를 채증하기 위해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복했던 기록이 있으며, 그 간부가 담당하고 있는 회사들까지 사찰했다. 8월 5일 기무사 신 대위가 시위대에 발견 되기 직전에 평택역에서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사람도 금속노조 남부지부의 구모 간부였다.

영상에는 기무사 수사관들이 사무실로 보이는 곳의 영상이 잠깐 나온다. 그곳에는 금천구와 관악구의 지도에 붉은 글씨로 서1, 서2, 서3, 서4로 지역을 나누어 놓았고 사찰대상으로 보이는 단체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수첩의 사찰 기록에도 (서1)등의 기록이 있다. 


피해자는 죽고, 가해자는 금빼지 달고




출처 :피해자 대책위 -당시 기무사 신급섭대위가 가지고 있던 수첩에는 당시 민주노동당 금천구위원회 H씨의 행적이 빼곡히 적혀 있다. 

  사찰을 하다 적발된 신근섭 대위는 광운대 학생 안중현 학생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강제로 뻬앗았다고 고소해서 그 학생은 강도상해 혐으로 재판을 받다가 구속 일년만에 일부 무죄로 풀려나기도 했다. 또한 당시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전역해서 지난 총선 때 새누리 당의 아성인 경북 상주시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김종태 후보는 방송에서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한 적도 없고 사찰할 이유도 없다, 목숨까지 걸겠다고 했다.

  동화작가, 어리이도서관 관장, 프로그래머, 연극인, 평범한 직장인, 노동조합 간부, 민주노동당 당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재판 내내 기무사는 민주노동당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수사중인 사건이라 증거를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무사는 아무런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중’ 이라는 답변은 고인에게는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읽혀졌을 것이며 그 공포는 끝내 죽음을 불러왔다.

  지난 5월 3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기무사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손을 들어 주었다. 기무사가 재판 내내 “국정원의 조정으로 서울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합법적인 수사”도 민간인 사찰의 위험이 있어서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국가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해 당사자인 신근섭 대위를 소령으로 진급시켰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고, 기무사 사찰로 인해 자신보다 다른사람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다 “죽음으로 속죄한” 엄윤섭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과연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다시는 사찰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보지 않은 세상을 기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최석희 기자

 nan7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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