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에 멍들어 가는 동심

관내 문구점들 초등학생 상대로 문화상품권 깡 성행

 

관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붙어있는 문화상품권 거래 안내 문구

 

관내 몇몇 문구점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문화상품권을 5~30%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이른바 ‘문상깡’을 하고 있어 논란이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 지역아동센터의 초등학생 아이들 13명에게 물었다.

 

본인이 직접 문화상품권을 문구점에서 현금으로 교환해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명이 교환해 본적이 있다고 답했고, 그중 4명이 “문상깡은 옳지 않은 일 같다.”고 답했다. 또 문화상품권을 문구점에서 현금으로 교환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친구가 교환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고 답한 아이는 10명 이었다. 또한 청소년 북카페를 방문한 여중생 4명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 3명이 현금으로 교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 초등학생 뿐 아니라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상깡’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독산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양경미(가명, 초등4년)양은 “교회에서 선물로 받은 5천원 짜리 문화상품권을 학교 근처에 있는 00문구에서 3천500원에 바꿨어요. 어른과 같이 가면 4천원에 바꿔줘요. 또 상품권 상태가 좋지 않으면 더 적게 받아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한서(가명, 초등6년)군은 “돈이 필요해서 바꾸긴 하지만 정말 짜증났어요. 우리도 제 값을 받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양 양의 어머니는 전화인터뷰에서 “그 문구점에서 아이가 문화상품권으로 학용품을 산 적이있었는데 20%를 DC 하길래 어이없어 항의 한 적이 있었다.”며 “문구점 아저씨는 오히려 당당하게 문화상품권으로 구입할때는 수수료를 떼야 한다고 말했다.”고 문구점 아저씨의 행태에 어이없어 했다. 또한 덧붙여 “아침 등교시간 바쁘다는 것과 아이들이 약자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아무리 학교 앞이라 해도 그 문구점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상깡을 한다는 해당 문구점을 찾았다. 문구점 입구 앞에는 버젓이 ‘문화상품권’ 판매를 알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문구점 대표는 “되팔 목적으로 문화상품권을 받고 있기 때문에 20% 차감하여 현금으로 바꿔준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에게 문화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요즘 아이들 용돈을 5~6만원씩 주는데 5천원짜리 상품권 환전해 주는게 뭐가 문제냐?”며 반문하는 말에서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문화상품권 발행처인 (주)한국문화진흥원 컬쳐랜드 담당자는 “저희가 문화상품권을 발행해서 수거하여 상환하는 것이 정식유통인데, 가맹점이 아닌데 되팔고 있는 것과 설혹 가맹점 이라고 해도 되파는 행위는 정식유통이 아니다.”며 “해당 지역 담당자에게 현장조사를 요청하여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상품권은 추석 및 설 명절 자녀 또는 조카에게 줄 선물로, 또는 학교 및 교회 등에서 상품으로 도서 구입 및 공연관람 등의 문화생활에 사용될 것을 기대하며 선물로 주고있다.

 

그러나 선물한 사람의 의도와는 달리 게임머니 충전에, 심지어 어른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좋지않은 상품권 깡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문상깡’의 유혹을 떨칠 수 없는 동심은 멍들어 가고 있다. 교육 및 행정기관의 지도 단속이 요구된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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