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현재를 밀어 미래를 열어간다

동일여고 역사 동아리 탐방

가을로 접어드는 9월 21일 오후 동일여자고등학교(교장 김재문, 이하 동일여고)에서 ‘역사탐구반(이하 탐구반)’과 ‘한국문화유산답사반(이하 답사반)’ 학생들을 만나 동아리 활동 및 역사를 주제로 생기발랄한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에 응한 이예린(2학년), 박윤정(2), 김지현(2), 김민희(2), 이진명(1), 문진아(1), 김진영(1), 유진영(1) 등은 정조대왕 화성행차 시연을 준비한 TFT(TASK FORCE TEAM) 구성원들이다.

동일여고에는 ‘역사탐구반(지도교사 이경주, 한슬기)’과 ‘한국문화유산답사반(지도교사 윤인영)’ 두 역사 동아리가 있다. ‘탐구반’은 학교 CA(특별활동) 시간에 활동하며, ‘답사반’은 한국사 학습 동아리로 방과 후에 활동한다. ‘탐구반’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학우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활동한 ‘답사반’은 몽촌토성, 창덕궁, 수원화성 등 문화제 답사를 탐구반과 함께 다녔으며, 지난해 9월에는 상명대학교에서 주최한 역사 관련 UCC 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인 총장상을 받았다.

지난 8월 31일 동일여고 학생들은 학교에서부터 행궁터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시흥5동 은행나무까지 ‘시흥행궁 복원을 위한 정조대왕 행차’를 시연했다. 정조대왕은 1795년 수원 현륭원(사도세자의 묘)으로 행차하던 중 시흥에 있는 행궁(왕의 임시거처)에 머물며 백성의 민원을 들었다고 전한다.

‘탐구반’과 ‘답사반’ 학생들은 봄부터 역사책을 뒤지고, 수원화성을 답사하며 행차 시연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정조대왕 행차 시연

지난해 국사 수업시간에 시흥행궁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는 이예린 양은 “시흥행궁은 우리 고장 문화유산이기에 복원하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천구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조)행차 시연을 했다”고 역사 전문가답게 설명했다. 4월 말부터 TFT를 구성해 공부하고, 답사하며, 준비물도 직접 만들었다. 김진영 양은 “준비하면서 정조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힘들게 준비했지만 많은 사람이 환호해줘서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며 흐뭇해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조의 애민심(愛民心)을 높게 평가했다. “정조는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백성을 사랑한 훌륭한 왕”이라고 칭송하며, 더불어 “연말 대선에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도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역사란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이 상당히 넓고 깊음을 알 수 있었다.

박윤정 양은 역사에 대해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한마디로 얘기하더니 “역사를 배우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도 알고, 나아갈 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예린 양도 “역사는 반복되기에 과거를 통해 시련을 헤쳐나갈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과학보다도 중요한 학문인 것 같다. 국민이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하고, 그것이 국력을 키우는 기초”라고 얘기했다. 역사를 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역사학자를 보는 듯했다.

과거 범죄역사 왜곡하는 일본을 보며 어떤 생각?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와 근로정신대 등의 범죄역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독도영유권까지 주장하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뚜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예린 양은 “일본은 어리석다. 지금은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될 줄 알지만 결국 전 세계적으로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문진아 양은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심각한 것 같다”며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학생들은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이진명 양은 “김장훈 씨처럼 유명한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활동하면 다른 사람도 많이 나설 것”이라고 했으며, 박윤정 양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일침을 가하더니 “K-POP 가수들이 콘서트 때 발언하면 좋겠다. 관련한 드라마도 제작해서 수출하면 좋겠다”는 다양한 의견을 냈다.

만약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역사는?

다소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바꾸고 싶은 역사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대답은 정말 진지하고, 생기발랄했다.

박윤정 양은 “정조가 독살됐다는 설이 있는데 독살을 막고 개혁적인 정치를 오래 할 수 있도록 하면 국력이 강해져 일본의 식민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양은 “김구 선생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통일된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민족의식이 담긴 대답을 했다.

문진아 양은 “명박님이 대통령 돼서 도움된 것이 딱히 없으므로 5년 전으로 돌아가 명박님이 대통령 안되게 했으면 좋겠다”고 거침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당차다. 김진영 양도 “국민과 소통이 안 되고, 광우병 소고기나 4대강사업 등 안 좋은 정치를 했다”고 덧붙이며 꼬집었다. 김민희 양은 “과거로 돌아가 더 일찍 여성 지위를 평등하게 바꾸고 싶다”며 진취적으로 말했다.

미래에 대한 바람

특성화 교육과 차별 없는 사회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지현 양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개인의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으며, 유진영 양은 “여유로우며, 성폭력이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힘주어 말했다.

역사관을 올곧게 정립해가는 학생들을 보며, 그들이 만들어갈 내일이 궁금해진다.

 정조대왕 행차 시연을 준비한 TFT 구성원들

동일여고 ‘탐구반’과 ‘답사반’은 지난 6월에 창덕궁으로 답사를 갔다.

 

<한국문화유산답사반>

1학년:강지혜,이정희,주선희,윤의홍,김진영,최승연,김지현,최지원,최민경,이가현,최민슬,이미선,이지은,주원희,마예은,양다은,유진영,지수연,문진아,이승옥,김윤정,박지영

2학년:송승연,김민희,박윤정,이혜진,최경선,김지현,문근영,백새롬,이예린,박보영

<역사탐구반>

1학년:이정희,김도현,김미애,이윤정,이진명,문진아,배유림,오수민,송주영,이미선,채지원,박현정,박서영

2학년:김민희,이혜진,최경선,김지현,김소희,문근영,박소영,박서연,백새롬

3학년:윤영은,강윤정,이서영,조다영,김소은,김한별,김민지,박소영,이유진,이정은,이혜린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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