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 도서관 입구 아이들의 솜씨로 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은행나무

 

우리동네에는 약900년된 은행나무가 있다. 그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는 길을 은행나무 사거리라 부르고, 그 앞의 버스정류소 이름은 은행나무 앞이다. 또 인근의 놀이터는 은행나무 놀이터라고 부른다.

그 은행나무 그늘 아래에는 벤치가 있어 매일같이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따뜻한 담소를 나눈다. 그 옛날 그리했던 것 처럼 은행나무는 마을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우리동네에는 10년 된 키 작은 은행나무가 있다. 온갖 재미난 이야기가 이곳에 모여 있어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바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이다.

 

동화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현실 관장에 따르면 1998년 살구여성회에서 열렸던 한 독서지도 강좌 ‘우리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까?’ 를 함께 들었던 엄마들과의 인연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김 관장은 그 때를 떠올리며 “강좌를 들은 후 우리도 금천에서 동화읽는 어른모임에 가입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동네마다 따로 이름이 있는데 우리는 ‘함박웃음’이라는 이름으로 98년부터 활동했다.”고 밝혔다. 구립도서관, 주민센터 새마을문고 등에서 모여 동화책을 읽고 스터디를 하는 중 수지에 느티나무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 관장은 “느티나무 도서관 소식을 듣고 너무 부러웠다. 어쩌면 우리도 도서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2002년 봄에 어린이도서관 추진위를 꾸리고, 책도 모으고, 함박웃음 회원들이 30~300만원까지 돈을 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은행나무 놀이터가 있는 길 건너편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말했다.

 

키 작은 은행나무

 

지난 5월15일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금천초등학교와 탑동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를 오고 가는 길목에 세 번째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를 했다. 57.52㎡의 반지하 주택으로 입구가 좁아 160cm가 넘는 어른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자세로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기를 ‘키작은 은행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김 관장은 전했다. 또 “도서관이 이전보다 작아져 1,900여권의 도서를 보내야만 했다.”는 말에서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전해오는 듯 했다. “그래도 이사를 온 후 아이들이 더 많이 찾는 도서관이 되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예전에는 엄마를 따라 아이들이 오게 되었다면, 여기는 아이들에 이끌려서 엄마들이 지역회원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여느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와 세 개의 책으로 가득한 방에서 숨을 곳도 있는, 웃고 떠들어도 괜찮은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모이게끔 하는 것 같았다.

 

도서관을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

 

도서관은 동화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회원들과 마을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운영된다.

함박웃음 8기 회원이자 빛 그림 공연팀을 맡고있는 유문주(41) 팀장은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활동하기 이전에 동화책 전집 방문판매 사기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일을 계기로 엄마도 동화책에 대해서 알아야 아이에게 책을 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기와서 동화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참여 하면서 은행나무에서 받았던 것을 되돌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선옥(54)씨는 2009년부터 진행된 ‘찾아가는 도서관’을 통해서 다문화가정에서 책을 읽어주고 있다. 어 씨는 “ 1년 전부터 만나게 된 중국 조선족 가정의 민제(7)가 처음 만났을 때는 곤충 및 과학관련 책 이외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창작동화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훼방꾼도 귀는 열려있다.

 

유 팀장은 “훼방꾼도 귀는 열려있다.”고 말하며, 관내 한 초등학교의 학습이 부진한 아이 5명을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 중에서도 수업중 임에도 유독 장난이 심하고 친구들을 괴롭히고 울리는 남자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유 팀장은 “마지막 수업으로 선생님한테 편지를 쓰게 했는데, 그 아이의 편지를 보고 선배들이 말하는 ‘훼방꾼도 귀는 열려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편지에서 ‘우리집에 있는 25권의 책 다 읽었어요. 내년에도 또 만나요.’라고 썼다.”고 전하며 “책읽기라는 간단한 나의 활동이 그 아이에게는 변화의 시작 된것 같다.”고 덧붙였다.

 

900년된 은행나무 처럼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6시까지 운영된다. 운영시간 이전의 시간은 공부모임 및 동아리 모임의 장소로 활용된다. 김 관장은 “우리 도서관이 동네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며 “작은도서관으로서 동네 속으로 들어와서 동네아이들의 아지트가 되는 것이 우리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동네의 900년된 은행나무 처럼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도 900년 1000년 지나도록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담장

도서관 입구앞에 빼곡히 벗어놓은 아이들의 신발들

 

도서관에 꼬마손님이 들어오고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둘리곡을 은행나무 도서관과 맞게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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