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다니는 우리 마을답사39- 고개답사 편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 말미고개”

1번 국도 위에 또 하나의 고개, 말미고개를 가다. 차를 타고 넘다 보면 야트막한 동산이지만 예전에 걸어서 다녔던 사람들에게 시흥고개 넘어 바로 고개를 넘어야 하는 곳이었으니 고단한 길이었겠다. 시흥고개에서 군부대 지나 말미고개까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제법 풍광이 좋았다는 30여 년 전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

동네 오래 사신 어르신 옛이야기를 뒤로하고 추위가 가시질 않는 오후, 한 가닥 햇볕을 동무 삼아 걸었다. 동네 사람뿐 아니라 금천구를 좀 안다는 사람은 다 아는 고개가 여기다. 고개이름은 末 말의 형상을 닮은 山 산이라는 “말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고개 마루에서 한번, 고개 양쪽 아래에서 두 번 내려다보고 올려봐도 말 모양은 찾기 어렵다. 당연하지 않겠나. 고개를 깎아 이미 도로가 됐으니. 하지만 어쩌랴. 그렇다고 말미고개가 없어진 것은 아니니. 계속 가 보자.

고갯마루 근처(현재 농협 앞)에 있는 표지석엔 서울과 지방의 관문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이 말을 쉬게 하거나 먹이를 주던 장소라고 쓰여 있다. 한양으로 들어서기 전 한달음에 갈 수 없는 거리라 말도 쉬고 주인도 쉬어가던 곳이라는 뜻이겠다. 먼 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우마차를 한번 점검하고 목도 축이면서 요기도 하는 휴게소 자리가 이 고개에 있었나 보다.

나도 답사를 나서기 전 단단히 준비를 했다. 추위에 내성이 생기길 바라기엔 피부나 관절의 상태가 노후된 관계로.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어떤 바람도 이길 수 있는 옷을 무조건 껴입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바람도 잠잠하니 걷기에 딱 좋다.

그렇게 걷다 보니 발견한 것들! 오홋, 이게 뭔가? 하이마트 상가건물 옆으로 나란히 나란히 보이는 타이어타운, 독산자동차공업사, 카모토, 파인드라이브, 금천MTB 가게가 있다. 와, 지금도 말미고개는 예전처럼 우마차를 쉬게 하거나 고치는 곳인 게다.

이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자동차를 고치는 공업사에 타이어가게, 내비게이션 가게까지 쭉 모여 있으니 재밌다. 우연이라면 우연이지만. 우연 속에 그럴만한 이유를 찾아보면 또 필연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게 뭘까?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마차 대신 자동차를 돌보고 자전거를 돌보기 위해 모여들었을까.

고갯마루로 올라가는 길에 이 가게들을 보면서 시대를 넘어 현재, 지금으로 이어진 “끈”이 여기에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뭐,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양 배시시 웃음이 났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들, 나 혼자 알기엔 아까운 것들을 소소히 밝혀가는 것이 이번 답사 길에도 있다. “말뫼 삼겹살집”처럼 고개이름이 남아있는 흔적들도 그 중에 하나다. 마치 퍼즐을 찾아가듯 “말미”에 맞는 장소와 사람을 찾아 걷는다. 다음 고개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기대해본다.

말미고개는

지하철1호선 독산역에서 도보로 5분 천천히 걸어도 10분 안에는 도착, 일반버스는 구로공단역에서 안양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미고개”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새로운 주소로 시흥대로 100길 위에 있다

 

 

                                                    김유선(산아래문화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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