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8

설날과 계사년 뱀해

곧 설날이다. 제발 명절 좀 없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지내고 오더라도 먼 길을 마다 않고 고향을 다녀오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설이 가족을 이어주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설이란 새해 첫머리라는 뜻이고 설날은 그 중에서도 첫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설날에는 여러 가지 세시풍속들이 많다. 차례, 세배, 설빔 말고도 재미있는 풍습이 많았다.

설날 이른 아침, 복을 부르는 의식으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엮어서 만든 복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었다. 이때는 전국에서 조리 장사가 조리를 팔기 위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요즘도 복조리가 이맘때쯤 등장한다.

야광귀 쫓기라는 풍속도 있다. 야광(夜光)이라는 귀신이 설날 밤에 집에 들어와 사람들의 신을 신어보는데 자기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린단다. 그런데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두 신을 방안에 들여놓았다는 이야기다. 또 야광귀신을 막기 위해 대문 위에다 체를 걸어두는데, 야광귀가 와서 체를 보고, 체의 구멍을 세어 보다가 잘못 세어 다시 세고, 또 세고 하다가 신발을 신어 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새벽닭이 울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니 정말 애교 넘치는 풍습이다!

설날엔 특별히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었다. 흰 떡국은,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했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했고, 둥글게 떡을 써는 것은 둥근 태양, 우주를 상징하였다. 떡국 한 그릇에 담긴 둥근 해를 먹으니 나이 한 살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태양과 온 우주를 먹는 것이니 감사히 먹을 일이다!

2013년 올해는 계사년 뱀의 해이다. 뱀은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이다. 육십갑자에서 을사(乙巳), 기사(己巳), 계사(癸巳), 정사(丁巳), 신사(辛巳) 5번이 돌아가는데 올해가 계사년. 뱀은 시간은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4월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뱀은 실제 생활에서는 모두 외면한다. 그러나 백년이 넘으면 용이 된다는 속신이 있을 정도로 민속에서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우선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은 풍요와 재물의 상징으로 여겼다. 또한 겨울잠을 자고, 성장할 때마다 허물을 벗는 특성으로 인해 죽음으로부터 재생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 재생, 영생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무덤의 수호신, 지신,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까지 여겨졌다.

뱀은 동양에서만 신으로 섬겨진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응급구조단마크, 군의관 배지를 보신 적이 있는가? 모두 뱀이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서양에서 뱀은 치료의 신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매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그해의 열두띠 동물의 기획전을 연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3년 뱀띠해 특별전,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전시를 25일까지 연다.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뱀의 다양한 모습을 민속 유물과 설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접근으로 뱀을 말해주고 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들러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면, 아이들하고만 설을 보내야 하는 가족이 있다면 설연휴 중에 박물관을 찾아도 좋다. 세배하기, 매사냥체험, 윷놀이, 연하장 만들기, 복주머니 만들기, 떡국먹기 등 설날 세시풍속 행사가 마련되어 있으니 설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신라 토우장식항아리

떡국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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