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7

인류 최초의 발명품 도자기와 문양

특별한 전문박물관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박물관에는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물과 흙과 불로 빚어내는 도자기는 인류의 첫 발명품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빗살무늬토기를 빚는 기술은 삼국시대 이르면 가마와 물레의 등장, 유약의 발달 과정을 거치며 도기(질그릇, 옹기)와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내는 자기(청자, 분청사기, 백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박물관에서 늘 만나는 도자기.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되지만 몇 점 스윽 보게 되면 그게 그거 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름은 또 왜 그리 길고 어려운 한자로 되어있는지 부담스럽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도자기에 대해 몇 가지 알고 가자.

도자기의 이름은 도자기 종류, 무늬를 그려 넣는 법, 무늬의 종류, 그릇의 종류 순서로 붙인다. ‘청자상감운학문호’를 쉽게 풀이하면, ‘청자이고, 상감기법으로 구름과 학을 그려 넣은 항아리’이다. 이번엔 복습~. ‘백자로 만들어지고 푸른 물감으로 구름과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를 이름 지으면? ‘백자청화운용문호.’ 다행스럽게도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쉽게 ‘백자용무늬항아리’라고 이름 붙여놓았다.

청자는 9, 10세기에 만들어져 12세기 전성기를 이루었는데 청자를 만드는 기술은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뿐이었다. 게다가 중국도 흉내 낼 수 없는 비색과 고려만이 만들 수 있는 상감기법으로 고려청자의 명성은 대단했다. 상감기법은 무늬를 새겨서 다른 색의 흙으로 메워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굽는 고난도의 작업일뿐더러 구름, 학, 연꽃 등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무늬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청자가 사라지고 분청사기가 유행하는데 청자가 곱게 분을 바르고 화장을 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청자를 만드는 좋은 흙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겉면에 하얀색 흙을 입히고 회청색 유약을 입혀 만들어낸 것. 분청사기의 매력은 청자에 비해 모양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데 있다. 또한, 모란, 국화, 연꽃, 버드나무, 물고기 등도 여전히 등장하지만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개성이 넘친다.

백자는 조선이 사랑한 도자기다. 백자의 비밀은 흙에 있다. 가장 순수하고 질이 좋은 백토(고령토)를 사용한다. 흙을 찾아내는 일과 굽는 온도가 청자보다 어려운 점. 백자를 만드는 것도 당시는 중국과 우리나라만 가진 것이어서 임진왜란 때 일본이 도공들을 많이 끌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문양이야기를 꺼내려고 도자기이야기가 길어졌다. 도자기에도 문양이 빠지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자기에 들어가는 문양도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인 ‘수복강녕 유호덕고종명’과 밀접하다. 다만, 도자기는 생활용품보다는 장식물이 많아 좀 더 섬세하고 예술적인 문양이 그려졌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오늘은 우리 동네 가까이에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호림박물관을 추천한다. 신림동에 개관한 지 10년이 넘은 박물관이다. 관악산 자락에 있어 전망도 좋고 마당도 넓어 아이들과 오후 한나절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호림박물관은 국보급 도자기가 많다. 청동기시대 붉은간토기, 가지무늬 토기를 비롯해 닭모양토기, 신라토우 등과 함께 청자와 분청사기, 백자에 이르기까지 도자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기 좋다. 그동안 책에서만,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명품 도자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형주자(호림박물관)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호림박물관)

                                                           백자청화매죽문호(호림박물관)

오현애(나눔교육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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