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배움터

[탐방] 가산중 방과후 공부방

유난히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2월 말 가산중학교 학생들은 이른 아침에 꽁꽁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색연필로 직접 꾸민 피켓 내용은 12월 27일 가산중학교 해오름관에서 열리는 ‘사제간 농구경기’ 개최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농구경기가 열린 당일 입장권을 500원에 판매했으며, 어묵, 맛탕 등 먹거리를 판매했다. 10월부터 27일 열린 농구경기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70여만 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모은 기금으로 학생들은 1월 중순 극세사 이불을 구매해 지역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기부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시도록 했다.

어린 나이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학생들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에 칭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 학생들이 교육복지 대상자들이기에 더욱 훈훈함을 주고 있다.

그들은 바로 「가산중학교 방과후 공부방(이하 ‘공부방’)」 학생들이다.

1월 18일 공부방 학생들을 가산복지관에서 만나 2012년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은 이날도 가산동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서 극세사 이불을 전하고 왔다.

공부방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말 그대로 동네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년 동안 금천예술공장, 북카페 「책 읽는 고양이」, 도서관, 남문시장, 구청, 구의회, 주민센터, 마을신문 금천in, 드마리스 등 동네 곳곳을 다니면서 지역민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다양한 체험을 했으며, 동네 숲 꾸미기 등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학교 내에서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심리지도 그리기, 애니메이션 제작, ‘교실 밖 예술여행’이라는 교육복지 활동 등을 했다. 또한, 「숲지기강지기」 단체와 함께 원예치료를 했으며, 「금천학부모모임」으로부터 보드게임을 배우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학습도 했다. 가산중 한문, 체육 선생님의 지도로 자기주도학습도 매주 빼놓지 않고 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김마음(중1) 양은 “‘교실 밖 예술여행’이 재미있었다. 수세미와 풍선덩굴로 학교건물에 초록커튼을 만들고, 페트병에 식물을 심었던 것이 좋았다”고 답했다. 김수빈(중2) 양은 “동네 탐방하면서 「책 읽는 고양이」에 가서 책을 읽고, 간식을 먹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간식 가격이 저렴해서 참 좋았다”고 하는 얘기에 모두가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학생들에게는 교실이라는 얽매인 공간에서 벗어나 펼친 다양한 활동들이 꽤 즐거웠나 보다. 특히, 대부분 학생들은 3달 동안 기금 마련 활동을 벌여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극세사 이불을 기증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공부방 선생님 최고

공부방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다.

김수빈 양은 “과학 선생님이신 최정윤 선생님은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 주시고, 얘기를 많이 들어 주신다. 학생들 머리카락색이 너무 튈 때는 직접 염색도 해주신다”고 선생님을 자랑했다. 공부방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박현주 선생님에 관해서는 모두가 앞다투어 말했다. “잘못은 지적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엄마 같다”, “예절을 잘 알려 주신다”, “좋은 말로 혼내신다” 등의 얘기가 마구 쏟아졌다. 윤도훈(중2) 군은 “밥을 잘 챙겨주신다”며 싱긋 웃었다. 가산중 지역사회전문가인 조대성 선생님에 관한 자랑도 빠지지 않았다. 김수빈 양은 “꼭 아빠 같다. 공부와 게임도 잘하시고, (우리를) 설득할 때 논리적으로 얘기를 잘하신다”고 소개했다.

홀몸 어르신 돕기 행사

공부방 프로그램 중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국내외 자원봉사 활동과 기부금 모금사례 등에 대해 배우면서 직접 나눔을 실천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학생들 스스로 기금을 마련해 금천구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연탄을 보내드리기로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10월부터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부침개도 판매하고, 교내 학부모 강좌 때는 안내 도우미 활동을 해 기금을 마련했다. 또한, 재활용품을 모아 팔기도 했으며, ‘사제간 농구경기’라는 행사를 통해서도 돈을 모았다. 모금활동이 끝날 때쯤 조사해보니 연탄보일러를 갖춘 가정이 많지 않아 결국 극세사 이불을 구매해 전달했다.

조민정(중1) 양은 “못할 줄 알았는데 포기 안 하고 해내서 대단하다. 언니, 오빠들이 존경스럽다”고 얘기하며 공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박민지(중2) 양은 “12월 중순 아침 일찍 학교 앞에서 홍보할 때는 발이 얼 정도로 추웠다”고 회상했다. 윤도훈 군도 모금활동 했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윤 군은 “의견이 안 맞아서 20번도 넘게 싸우기도 했지만, 단합이 많이 됐다”며 “싸우다가 먹으러 갈 때는 화해했다. (이불 기증) 하고 보니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공부방 자랑

학생들에게 공부방 자랑을 해보라고 했다.

추재현(중2) 군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체험도 많이 하고, 다른 곳에서 못 느끼는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김마음 양은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고, 언니 오빠들이 잘 챙겨줘서 행복하다”고 수줍게 말했다. 박현지(중1) 양도 “시험 기간에는 같이 공부해서 정말 좋다”고 자랑했다.

공부방 학생들은 모두가 가족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공부방의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친밀감이 높아졌으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배웠다. 더불어 나눔이 곧 행복이라는 이치도 알게 됐다.

 

<가산중학교 방과후 공부방 학생들>

1학년 : 김마음, 조민정, 박현지, 김다빈

2학년 : 김수빈, 박민지, 윤도훈, 한용구, 추재현, 신소영, 김영수, 박혜은, 오민정, 김수민, 양성훈, 주원진, 김용대, 안수연

3학년 : 차지은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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