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다니는 우리 마을답사42 - 고개답사5편

“ 돌아오라, 말馬들아! - 조마고개 ”

조마고개는 가산동 148-1에서 150-2번지 어딘가에 있는 곳이다. 가산동이든 독산동이든 워낙 산지에서 내려오는 지형이라 여기저기가 다 고개다. 오늘 찾아가는 조마弔馬고개는 활자로만 남아있는 듯하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가산초등학교가 있는 남부순환도로 육교에서부터 인근보다 조금 높다 싶은 길을 여기저기 헤매다가 이름이 남아있는 “조마공원”으로 가게 됐다.

몇 년 전 세일중학교 친구들과 학교와 주변을 답사하고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다. 학교 주변에 유일한 공원이기도 하다. 우선 공원 안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마고개가 어디인 줄 아니?” 물었다. 모른단다. 이번에 바로 옆 노인정에서 나오는 어르신께 여쭙는다. “나는 아는 게 없으니 애들한테 물어봐라” 하신다.

주소로 보면 탁주연합(막걸리공장)에서 세일중학교 사이의 고개이니 공원자리가 분명 고개가 맞기는 하다. 다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개의 존재를 아는지 궁금했다. 오가는 몇 분에게 “조마고개가 근처라는 데 어디인 줄 아세요?” 묻는다.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 대부분이다.

공원을 빠져나와 주변 지형을 살피니 공원자리가 높기는 하다. 어떤 개발로 인하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고개가 됐을까. 내리막길로 내려오다 보니 유난히 간판에 한자어가 많다. 중국교포들이 운영하는 식료품가게나 음식점이다. 이곳 주변에 얼마나 많은 교포가 사는지 모르겠지만, 식당이 이렇게 많으니 서로 경쟁도 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국에서의 삶도 주변인으로 내몰린 소수의 폭폭한 삶일 것이다. 골목 안을 채우는 중고 전자제품과 여기저기 쌓여있는 재활용품 더미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그나저나 조마공원에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을 터인데. 서울문화사학회에서 펴낸 “금천향토문화지”에 조마고개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산동 노인정 아래 기다랗게 자리한 모아래澤下 마을 뒷등성이 너머에 있는 작은 고개이다. 고개의 형체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용마혈龍馬穴은 청룡혈과 이어진 고개산으로 이곳에 위치한 마을이 그 기운을 받아 서울까지 뻗쳐 마치 서울을 수호하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이 고개이름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서울로 진격할 때 용마혈을 지키는 용마를 죽여 버렸으므로 이를 애도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마을을 지키고 나라를 보호하던 말馬은 사라졌다. 동네 이야기를 알만 한 사람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기웃한다. 헌 옷을 파는 집도 많고 수선집도 많아 이야기를 나눠줄 만한 곳을 찾아 들어선다. 동네 토박이인 “비발디 패션”은 사계절 모두 대박의 신화를 누리고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하신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서 아이 셋을 명문대에 보낸 장한 어머니시다. 명문대에 보낸 것도 대단하다할 만하지만 아이들이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의지가 대단하다.

깨알같이 자식 자랑하는 어미의 행복한 얼굴을 대하니 한겨울 난로보다 따스하다.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사위 준다고 뜨개질을 쉴 줄 모른다. 딸과 사위에게 줄 커플 스웨터라고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손을 놓지 않고 일하는 엄마의 억척스러움이 이 조마 고개위의 삶들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우리가 앞으로 더 만나지 않겠느냐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 나온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지는 골목위엔 일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김유선 대표(산아래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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