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초입에 박미고개가 있다. 박미는 밝산(밝은산), 박산이라 불리던 산에 있던 고개를 말한다. 밝은 산이라 함은 백산白山을 가르 키는 말로 시흥3동 성당과 금천문화원에서 시흥유통상가로 넘어가는 산을 말한다. 마을 뒤를 감싸는 진산이 바로 이 백산이다.  국립예술학교와 백산초등학교가 높은 곳에 자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고개 주변을 행정구역상 시흥3동으로 분류하고 박미마을이라고 한다.
  요즘 한참 뜨는 마을이 여기다. 서울시에서 지정한 휴먼타운(seoul human town)이 박미고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2011년 “human town?” (인간적인 동네)이 지정된 후 ‘다른 동네는 인간미가 없거나 비인간적인 동네가 돼버린 건가?’ 싶지만.  


  서울은 이미 주택과 골목이 사라지고 아파트 문화가 대신 하면서 동네가 삭막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의 저층 주택가 중심으로 동네를 재생하는 것이 “휴먼타운”이라는 거다. 조금 더 보탠다면 보안과 방법, 생활편의시설을 아파트처럼 갖추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네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저절로 드러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벌써부터 “휴먼타운”이라는 얘기꺼리가 생긴 이 동네에선 “박미사랑마을”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골목축제를 기획하거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 계기가 되었으니 일단은 의도한 바가 이루어진 셈이다. 마을회관이 만들어지니 더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고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박미고개는 지금의 금천문화원자리에서 보면 훤하게 고개를 오가는 사람들과 동네 안팎을 볼 수 있다. 쉼 없이 오가는 차량이 10차선 도로 위를 달리고 옆으로 난 고갯길 위엔 하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고개 아래에 시흥중학교, 금천고등학교가 있으니 고개를 넘어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 가보다.


 고개 위에는 몇 해 전 만들어진 인공폭포가 보인다. 서울과 안양을 오가는 길목에 폭포수가 흐르면 시원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모양이다. 워낙 박미고갯길이 심한 정체가 일어나다 보니 차에 갇힌 운전자들에게 눈요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즐기기엔 이 인공폭포보다 골목길에 만들어진 보도가 아닐까 싶다. 골목길에도 인도와 차도가 구분된 곳이 박미고개 아래 시흥3동에 있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기도 할 것 같다. 집 앞에 자신의 차를 세워두면 편하겠지만 자신과 다른 이웃을 위해 차를 집 안 마당에 들여놓거나 공영주차장에 세울 때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 골목은 어디나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차를 세워 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무리 많은 행정가들이나 교통 전문가들이 나서도 좁은 서울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주차이다. 그런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온통 골목길에 즐비한 자동차에 밀려난 사람들은 불안하게 차량 사이를 뚫고 걸어야 한다. 이렇게 되니 악순환이다. 위험하니 차를 타고 다니는 게 낫다고 하니.
 골목길은 동네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다. 걷다보니 사람들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인간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유모차도 편안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그런 골목길이 박미고개 아래 마을에 있다.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는 곳, 누구나 걸으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골목으로 가보시라.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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