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다니는 우리 마을답사 47 - 학교답사 2편

연못을 보면서 크는 아이들

 

 

이번 5,6월에 흥일초등학교에 갈 일이 많아졌다. 흥일초등학교는 산기슭 공원 맞은편에 있다.  작고 아담한 학교라 찬찬히 둘러봐야 많을 것을 볼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드넓은 운동장(요즘에는 예전과 상황이 매우 다르긴 하다)과 정돈된 조경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공간을 학부모와 동네사람들, 아이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학교 답사가 시작됐다. 


공유되려면 먼저 알아야 하겠기에. 여러 학교를 가보고 무엇이 학교의 공간을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가 알아보고 싶다. 우선 문교초등학교가 열린 담장과 숲으로 둘러싸인 장점이 있었다면 흥일초등학교는 단연 연못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생태연못이 키우는 생명은 상상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모든 생명이 물에서 시작됐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구 역사상 획기적인 변화는 가스덩어리에서 물이 생성되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생명체는 물과 더불어 생성되고 확장될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동식물의 진화는 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찰방거리는 물을 좋아하는 본능이 인간에게 남아있는 생물학적 진화의 증거라는 얘기도 같은 이유에서 이다. 


학교마다 매우 비슷한 조경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이 학교 저 학교 옮겨 다닐 것도 아니니 같은 들 문제가 되지는 않겠다.  다만 학교가 위치해 있는 주변 환경, 건물과 얼마나 조화로운 학교숲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간혹 학교에 숲이 있는 학교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겠냐고 하시는 분도 있다. 숲은 거대한 숲도 있고 몇 그루 나무에도, 풀에도 있다. 풀숲이나 몇 그루 나무 안에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생명력이 무궁하니 “숲”의 범위를 넓게 보면 되겠다.


흥일초에는 아주 아담한 연못이 하나 있다. 작으니 만큼 자라는 동식물의 개체도 작다. 물풀 종류와 붕어가 있다. 하지만 새들이 오가며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시는 걸 보니 우리가 안보는 사이엔 엄청난 동물들이 다녀갈 것이다. 그렇다. 연못은 생명체의 보금자리면서 먹이터, 살림터인 셈이다.


아이들이 이 연못을 보는 듯 안보는 듯 오가며 뭘 상상하고 호기심을 갖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연못이 있는 숲과 없는 숲의 차이는 엄청나다. 관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은 연못을 가꾸는 정성은 대단한 것이다. 관리가 어려울 걸 생각하면 너무 욕심껏 큰 연못을 만들 일은 아니다. 방치하는 것보다 작게라도 가꾸어 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연못엔 노랑어리연꽃이 한참이다. 그 옆으로 말벌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더니 목을 축인다. 덩치 큰 나를 경계하며 살금살금 왔다가는 것이다.  또 여기 학교숲에는 텃밭 작물이 한참 자라고 있다. 그것을 먹이 삼는 나비 애벌레들이 오물거리고 있다. 그러다 거미줄에 걸린 배추흰나비도 있다. 호박,오이,고추,토마토,감자와 쌈채소 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큰 느티나무 둥치에는 무당벌레가 알, 번데기, 유충형태로 제각각 살고 있다. 사이사이 개미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으니 진딧물도 어디쯤에선 살고 있을 것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체육수업과 전래놀이 수업이 한창이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나무 아래로아래로 다 모인 것이다. 1-1반 아이들은 모두 물총을 들고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선생님의 과감한 시도에 아이들이 유쾌하게 웃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하니 이것처럼 싱싱한 여름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운동장 한쪽에선 아이들이 왁자지껄 모여 생태수업을 받고 있다. 점심시간에 먹겠다고 한움큼씩 채소를 따서 교실로 간다. 그렇다. 학교 숲은 바라보는 숲에서 체험하고 경험하는 숲일 때 그 가치가 더 빛날 것이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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