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내텃밭 풍물동아리 선생님

 

지난 2월 24일은 우리마을에서 주민이 힘을 모아 정월대보름 축제를 연 날이다. 아침 9시부터 고광문 풍물패를 비롯해, 가산복지관 풍물패인 청노새, 문일고 풍물패 등이 모여 은행나무 당산제를 시작으로 인근 시장 3곳을 돌며 신명나는 지신밟기를 진행했다. 저녁에는 한내텃밭에서 달집태우기 및 쥐불놀이가 준비돼 있었다. 축제의 끝까지 남아 축제를 빛낸 것은 단연 이들 풍물패들임을 축제를 즐겼던 사람들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한 사람이 눈에 띄였다. 누군가 즉석공연을 권 한 것 같다. 왜소한 체구에 백발의 노인이 장구를 하나 메고 나와 설장고를 춘다. 흥겨웠던 풍악이 멈추고 놀이판 가운데 혼자 나와 장구를 치며 그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노인에게로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노인의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누구야?” 노인의 설장고 공연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 무리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지난여름부터 한내텃밭에서는 풍물동아리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장구채며 북채 등을 잡고 ‘덩덕쿵딱쿵’ 기초부터 배우는 그야말로 햇병아리 풍물동아리이다. 동아리 담당이 게을러서일까? 한내텃밭에서 처음으로 만든 동아리 인 풍물동아리 운영은 쉽지 않았다. 석 달도 체 못돼서 모셔 온 풍물선생님이 두 분이나 그만 두셨다.


어느날 첫 번째 풍물선생님이셨던 고광문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일전 두 번째 선생님이 그만두시고, 고 선생님에게 빨리 우리를 책임지라고 생떼를 부렸던 것에 대한 회신전화이다. 고 선생님이 대낮부터 불러낸 곳은 텃밭 옆에 있는 시골보쌈집이다. 보쌈집 안쪽 테이블에 왠 할아버지 한분이 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 스타일이 범상치 않다. 깡마른 체구에 허리께까지 기른 긴 백발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이 작가 이외수를 연상케 한다.

“새로운 풍물 선생님이 되실 이희복 선생님이에요”고 선생님의 소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노인에게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숫기 없는 조용한 스타일 이랄까.


지금 와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새로운 선생님이 맘에 들지는 않았다. 텃밭풍물동아리 구성원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성인여성들이다. 더군다나 풍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새롭게 맡게 될 선생님은 세 번째 선생님으로 풍물경험은 짧지만 스타일 다른 선생님들을 거치며 나름 선생님 경험은 배운 기간에 비해 좀 있는 까칠한 텃밭의 여자들 인 것이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할아버지가 우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다.

[사진 : 지난 2월 24일 한내텃밭에서 열린 대보름 축제에서 설장고를 추는 굿쟁이 이희복]

설장고 : 전라도 우도 농악의 판굿 중 장구잡이가 놀이판 가운데 혼자 나와 장구를 치며 여러 가락과 춤 솜씨를 보여주는 놀이

☞ 다음호에서 계속 됩니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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