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학교인 영남초등학교를 소개하던  수아가  교내 앵두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앵두를 손에 담아 건네고 있다. 

영남초등학교에 가려면 옛 독산3동 주민센터 정류장에서 내린다. 오늘은 수민,수아 자매와 하늘이와 하진 남매, 윤재와 요한이 형제, 재민이와 경진이가 길동무를 해주었다. 모두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3월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골목주변 그리고 금천이라는 지역을 알기 위한 답사를 하고 있다.  오늘은 나뭇잎 탁본을 하기 위한 재료를 구하러 학교와 동네 골목을 돌아보기로 했다.  

학교 첫인상은 산을 등지고  운동장과 건축물이 안정적인 구도로 놓여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늘은 너희들이 학교를 소개해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로 얘기 하겠다고 야단이다. 

  평소에도 적극적인 수민,수아 자매가 먼저 우리를 잡아 끌다시피 어디론가 데려간다. 철문으로 잠겨진 텃밭은 자신들이 “생태식물반”이라서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텃밭이 아주 예쁘게 다듬어졌기에 “누가 만든 거지?”했더니. 작년에 6학년 오빠들이 달팽이 모양처럼 만드느라고 계속 삽질을 했단다.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를 만들어놓은 텃밭에서는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 솜씨라고 하기엔 훌륭하다. 자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화분에 고추, 토마토, 쌈채소, 당근, 가지... 옥수수까지 심어져 있었다. 어떤 화분에는 엉뚱하게도 어른들은 달가와 하지 않을 개망초라든가 꽃마리도 한쪽에 심어놓았다. 일명 잡초이긴 하나 지들 보기엔 예뻤던 모양이다. 

 농사짓는 얘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으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시원한 그늘쪽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햇빛을 촘촘히 막아주는 등나무 벤치에서 모두 앉아 쉴 수 있었다. 등나무 숲은 학교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5월 어느날 보라색 향기로운 꽃송이들이 눈처럼 날리고 난 등나무엔 콩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아이들도 새로운 발견인 양 마구 묻는다. “이거 먹어도 돼요?” “어떻게 먹어요?” “언제 먹어요?”, “작년엔 못봤는데…”

 <재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나무가 바로 이 “콩나무”라고 진지하게 뻥을 쳤더니…아리송한 얼굴이다. 실제로 등나무는 넝쿨식물이라 길이대로 늘어놓으면 길이가 엄청 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가롭게 학교 숲에서 놀다가 본격적으로 학교로 소개하겠다는 아이들을 따라 두 층으로 나뉘어진 화단으로 갔다. 장난이 심한 6학년 남자 아이들은 어딘가로 숨었다 나타났다 한다.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자신만이 아는 아지트에 대해서는 한참 떠들어댄다. 그렇지. 맞아맞아. 누구나 알지만 ‘나만 알고 있거나 친한 친구끼리만 알고 싶은 그런, 공간이 학교에는 있지’. 

  비밀스러운 본부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수다를 떨다가 모두 앵두나무 앞에서 내 눈치를 본다. ‘순진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나는 잘 익은 걸 하나씩만 따 먹자고 제안했다. 기다렸다는듯이 너도 나도 자기 것이 젤 잘익었고 크다고 자랑하면서 먹었다.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물어보나 마나 너무 달콤하고 맛있다고 한다. 함께 먹는 맛이니 더 맛나고,  우연한 발견에서 얻은 것이니 더 달고, 하나만 먹자고 하니 얼마나 귀한 맛이겠는가. 하나씩 맛을 보고 나니 한결 같이 아쉬운 얼굴로 앵두 나무를 뚫어져라 본다. 

  해서 나무 아래 바닥을 한번 보라고 하니 아이들 탄성이 튀어 오른다. 나무 아래에는 탐스러운 앵두알이 잔뜩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을 드리겠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엄마 드린다고 한 웅큼씩 주었다. 

 과일 나무 한그루가 우리들을 행복하게 했다. 뒤쪽 화단엔 호두나무가 단연 눈에 띄였고 주렁주렁 호두가 많이 달렸다. 아이들이 아직 익지않은 호두에 손을 대기도 했으나 가을에 잘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 하니 기다릴 밖에. 보안관아저씨도 다정한 걱정 한마디를 건넨다. “얘들아, 옻올라. 손으로 만지지 마라.”하신다. 간혹 그런 일이 있기도 하니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겐 새로운 숙제 하나가 생긴 셈이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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