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했던 육아일기가 필자의 사정으로 6회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지난 2월부터 애써주신 지음이 엄마, 용지항 님께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기고를 맡아주신 것에 감사를드립니다. 더불어 마을신문 금천in에 대한 애정에도 역시,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을 먹일 것인가?


  지음이는 5개월에 접어들면서 부쩍 먹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백미로 일단 지음이의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이유식을 하던 중 백미의 영양이 아주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미로 바꾸기로 결심하였다. 이유식을 먹이자 가장 큰 변화는 똥냄새였다. 아직 어른똥냄새 같지는 않지만 밥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밥을 할 때 마다 지음이가 똥을 싼건지 확인할 만큼 밥냄새와 지음이 똥냄새는 비슷했다. 

  이유식! 이제 새로운 먹거리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재료뿐만 아니라 이유식 도구에 맞춤이유식 까지 아주 다양한 정보와 물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정보가 많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개월 수에 맞춰 먹여야 하는 음식들을 살폈다. 현미가 적응되었을 때 야채를 하나씩 넣어가며 아이가 잘 소화시키는지 살펴보았다. 사과와 배도 먹여보고. 마트에서 단호박 사서 넣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트에서 산 호박이 문제였을까. 으악!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이다. ‘단호박 알러지인가?’하는 생각에 만들어 놓았던 단호박 이유식을 모두 버렸다. ‘으미..아까운거..’ 무언가를 먹인다는 것이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정말 아빠를 꼭 닮은 지음이  -편집자 주>

  그런 일이 있고 얼마 뒤에 언니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뭐라도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흔한 감자도 없었다. 내 눈 앞엔 오직 삶은 단호박이 있었다!! 바로 그 단호박!! 하지만 먹일 것도 없었던데다 지난번에 정말 단호박을 먹고 일으킨 알러지인지 한번 더 확인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먹여보았다. 하루가 지났지만 지음인 아무이상이 없었다. ‘음...단호박 알러지가 아니었나?’. 그 이후로도 똑같은 음식에 대한 지음이 반응이 아주 다르게 나올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이유식 재료를 파는 곳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생활협동조합에서 이유식장을 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야지’ 하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우리 먹을 것을 사기엔 부담이 되었다. 생협에서 구입한 채소와 과일, 고기들로 만든 이유식을 먹으면서는 알러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공수해온 먹거리로 이유식을 해서 먹인 날엔 몸에 오돌토돌 올라왔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정리해 보니 오래됐거나 농약, 방부제, MSG, 첨가물 등이 들어간 먹거리를 먹었을 때 알러지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음이가 더 크고나서 동네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다. 지음이는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지만 나와 남편은 괜찮았다. 어느새 지음이의 몸은 리트머스 종이처럼 건강한 먹거리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결국 민감한 지음이의 몸과 생협의 정신에 동의하여 가족의 먹거리를 전부 생협물품으로 바꾸게 되었다. 때론 불편하고 힘들지만 아이를 통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게 되었고 그런 먹거리를 만드는 분들의 수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가 사는 곳의 먹거리문화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용지항

글쓴이는  금천구공동육아어린이집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산동 6년차 주부. 공룡을 좋아하는 6살 아들 지음이,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36살 남편(현용)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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