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눈 비비며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김해시 진영읍 소재 봉하마을에 도착하니, 밤새 내리던 비도 그치고 햇살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지 4년! 늘 그렇듯 노랑 바람개비가 줄지어 인사합니다. 주차할 곳이 부족할 만큼 수많은 차량이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사저와 마을 주변 노란 현수막은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고…

마을입구에서 묘역으로 가는 5분여, 길가에는 음료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분주하고 묘역 옆에는 노란 유채꽃이 노랑 바람개비에 섞여 향기를 발하고 있습니다. 함께한 회원들과 줄지어 박석 위를 걸어 화환을 놓고 잠시 묵념을 올리고 노 전 대통령이 누워계신 너럭바위 앞에서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높이 솟은 깃대에 태극기가 나부낍니다.

왼편에 서글푼 울음 소리가 들릴 듯한 부엉이 바위가 보이고 정면으로는 대통령님이 낙향 후 산책을 하셨던 봉화산이 낮게 솟아 있습니다.

참배하고 그분을 떠올리면서, 4년전 분노와 슬픔은 이제는 깊이 묻어두게 되고, 그분이 그토록 이루려 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요즘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 문제로 새삼 시끄러운데. 노동자의 삶이던 자영업의 삶이던 부당하고 불합리한 대우가 없는 세상을 원했던 그 분.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가발전과 평화통일을 추구했던…잠깐의 머뭇거림은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는 이제 우리가 밀고 나아가야 할 가치이기에 나의 어깨는 조금 무거워집니다.

동네 초입에서 커피를 파는 할머니께 겨울에도 오시는 분들이 있느냐 물으니 꾸준히 오신다며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타주시더군요. 4년 전 500만이 넘는 조문객은 기네스북에도 오를 인원이라고 합니다.

그 후 봉하마을 방문객을 합하면,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은 아직 오직 않았기에, 그런 바램을 가지고 모두 오시지 않나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봉하마을을 꼭 한번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먼 길이고 주위에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경남 김해에 가시거든 봉하마을에 들러 대통령생가와 사저도 보시고 넓은 봉하들판도 구경하시면서 묘역참배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당당하게 떳떳하게 정직하게 따뜻하게 살았던 노 전 대통령이 여러분을 맞이해 주십니다.




금천노사모

최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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