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한내텃밭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프리줌마 회원들이 고장난 양산으로 만든 식탁보 위에 오늘의 요리인 채식버거를 올려놓고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왼쪽부터 백춘화, 이성희, 임숙임, 김상의, 구선자, 권영미, 이은숙(프리줌마 지기)

6월 구청앞 한내텃밭의 채소들이 싱그러운 초록빛 자태를 한껏 뽐내며 도시농부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토마토, 고추, 오이 등 열매채소를 수확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이지만, 작년 겨울에 심었던 양파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로 영글어 사과처럼 생으로 아삭 씹어 먹으면 제법 달달하니 맛이 좋다. 일명 빨간무라고도 불리는 래디시는 동글동글 새빨간 모습으로 흙을 털어내며 농부를 유혹한다. 래디시는 텃밭의 쌈채소 등과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또 피클을 담가도 새빨간 색감과 오독오독 아삭하니 식감도 훌륭하다.

자유(free)+아줌마 = 프리줌마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 수확의 계절을 앞두고 텃밭의 수확물을 활용한 요리모임이 열린다 하여 한내텃밭 소모임인 프리줌마를 찾았다. 프리줌마는 이름에서도 미리 짐작 할 수 있듯이 자유(free)+아줌마의 합성어로 자유로운 아줌마란 의미를 담고 있다. 소모임 지기 이은숙(47, 시흥2동)씨는 “텃밭이라는 공간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오픈된 공간이라서 텃밭에 오면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며 “이 장소가 그래서 참 좋아요. 텃밭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텃밭의 수확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수다도 떨고, 더 나아가 재능기부 및 생활기부를 하자는 취지에서 작년 10월부터 소모임 프리줌마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3평 남짓한 한내텃밭 컨테이너 사무실에 요리교실이 차려졌다. 이씨는 다른 회원들 보다 먼저 텃밭에 나와 요리재료로 쓰일 상추를 비롯한 각종 쌈채소와 양파를 수확했다. 이날 텃밭요리 메뉴는 채식버거이다. 요리교실 참석자는 이씨를 비롯해 모두 일곱명, 그러나 이씨가 준비한 재료의 양을 보면 그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요리 톡~ 수다 톡톡~

프리줌마의 매력
프리줌마들이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다도 시작됐다. 권영미(49, 시흥4동)씨는 두부를 으깨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프리줌마의 매력이요? 소모임으로 적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음식도 해먹고 수다도 떠는 가족같고, 친구같은 분위기가 좋아요”라며, “나만이 알고 있던 비법을 다른사람에게 알려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비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전차처럼 이름이 앞뒤로 같다고 자신을 소개한 임숙임(59, 시흥동)씨는 “스스로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몰라서 못했던 간단한 음식들 레시피도 알려주시고, 텃밭에서 우리가 무농약으로 직접 키운 제철 채소를 가지고 요리 하니까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둘째 딸 아이를 낳고 아이가 많이 아파서 산후 우울증까지 왔었다는 백춘화(39, 독산3동)씨는 아이랑 같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토피와 우유 및 계란 등 난류와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어 외식을 거의 못 한다는 백씨는 “아이 때문에라도 이런 프로그램들을 일부러 찾아서 참석하고 있어요”라며, "솔직히 주택가에 살아도 이웃에 누가 있는지, 얘기도 잘 안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소모임에 오면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하고 참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백씨의 얼굴에선 우울증의 흔적은 찾을 수 없을 만큼 밝고, 그 웃음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프리줌마의 매력은 기존 회원뿐 아니라 이날 처음으로 참가한 신입회원들 에게도 전해졌다. 딸의 권유로 프리줌마를 찾은 구선자(62, 시흥2동)씨는 “처음 왔는데 낮설지 않고,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새로운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참 좋았다”며 “우리 딸, 엄마가 오늘 배운 채식버거 집에가서 꼭 해줄게~”라고 약속했다. 최고 연장자 김상의(64, 시흥2동)씨는 “이렇게 텃밭에 나와 젊은 사람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수다도 떨고 마음을 나누니까 너무 행복해요~”라고 프리줌마 첫 참가 소감을 밝혔다.

프리줌마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아무래도 모임의 취지가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재능기부로 나눔을 실천하자 이기 때문인지 그간 프리줌마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의 회원들이 독거노인과 함께했던 요리프로그램을 꼽았다. “그게 좋았던 것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봉사의 잘못된 점을 깨우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가 봉사를 하면 예를 들어 김장을 담가서 갔다드리면 그게 봉사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에게 보다 더 필요한 것은 위로와 말벗 이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어르신들과 같이 음식을 만들며 어르신들이 때론 우리에게 멘토역할도 해 주실 수도 있으시고, 그러면서 스스로 자부심까지 느끼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서너시간동안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먹고 수다를 떨었는데 가실 때 그러시더라구요. 오랜만에 진짜 몇 달 만에 외출을 하고 얘기를 했다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았다고요” 어르신의 말씀을 전하고 이씨는 잠시 숨을 골랐다. 당시의 경험이 독거노인에 대한 애잔함이 전해오는 듯 했다. “그때 느낀건데요. 프리줌마가 보다 확대되고, 자리를 잡게되면 독거노인이나 한부모자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텃밭요리 베스트
그간 프리줌마에서는 쌀케이크, 채식쿠키, 시래기 머핀 등 많은 요리를 만들었다. 그중 프리줌마 회원들이 손에 꼽는 요리는 무엇일까?

권영미씨와 임숙임씨는 딸기롤샌드위치를 꼽았다. 예쁜모양과 맛있음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요리방법이 딸기롤샌드위치를 꼽은 이유란다. 권씨는 “이렇게 간단한 요리를 한번도 안 해봤으니 안 해 먹었을 음식 이었어요”라며 “거기 딸기잼이 들어가는데 굉장히 달더라구요. 그래서 딸기잼을 만들 때 설탕을 아주 적게 넣거나 안 넣고 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권씨에게는 또 한가지 특별하고 신기한 요리가 있었다. “애탕국이요. 애탕국이라고 했을 때 홍어회 내장탕을 생각해서 ‘그거 못먹는데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하며 왔었는데 알고보니 그 애탕국이 아니더라구요” 애탕국의 정체는 ‘쑥 애’자에 애탕국 이라는 것. “쑥을 삶아 표고와 소고기와 다져서 완자를 만들어 다시마 육수에 끓이는 음식인데 이게 시원하고 맛있는게 별미 더라구요”라며 애탕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즐겁게 하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음식을 만드는 손들은 쉼이 없었다. 어느새 오늘의 요리인 채식버거가 완성됐다. 두부와 잘게 다진 당근, 쪽파를 섞어 반죽한 패티에 텃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채소와 구운양파를 토핑으로 얹고, 텃밭표 특제 소스를 뿌려 맛을낸 햄버거가 넉넉한 재료만큼 넉넉하게 만들어 졌다.
프리줌마들은 넉넉하게 만든 음식을 텃밭이웃들과 나누워 먹으며, 즐거운 수다를 이어갔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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