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책공연 보러 오세요~

■  서상연  대학생 멘토
■  책언니
     김민정(예림디자인고2), 기도희(동일여고1), 정혜연 (동일여고1), 김지원(동일여고1), 전여울(동일여고1)
     김에람(동일여고1), 박예은(부천 수주중3), 서희정(부천 수주중3), 김신영(난곡중 3), 김하나(문성중 2)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습하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의 더 높고 깊어진 하늘을 보면 왠지 책 한권 펼쳐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들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 아니라 수면제가 된다.


그런데 책을 글이 아닌 공연으로 보면 어떨까? 독산4동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이하 꿈씨도서관)에는 매주 토요일 중·고등학생 청소년 10여명이 모여 ‘책공연’ 준비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이들은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책 공연단’을 도와서 멋진 인형극, 그림자극, 연극 등의 책공연을 만들어가는 청소년 동아리 ‘책언니’이다.


‘책언니’는 지난 4월 꿈씨도서관에서 ‘토요일엔 마을이 학교다’ 사업으로 진행하는 ‘책언니와 함께하는 책 공연단’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청소년동아리이다.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첫 달은 4차시에 걸쳐 연극놀이, 대본쓰기, 그림자 극 워크샵, 하자센터의 ‘이야기꾼의 책 공연단’과의 워크샵 등의 교육을 받은 후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책공연을 한다. 이번 달에 준비하고 있는 연극 ‘개구리와 한솥밥’ 은 벌써 4번째 공연이다. 책공연을 위해 매달 첫째 주는 작품선정을 한다. 책언니들 각자 책을 한권씩 골라 와서 자기가 그 책을 가져온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투표로 작품을 결정한다. 둘째 주는 선정된 작품을 가지고 대본을 쓴다. 셋째 주는 무대디자인 및 소품을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주에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한다. 지난 6월에는 드디어 ‘책 공연단’이 만들어져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그동안 경험했던 공연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의견 모으는 게 가장 힘들어요. 첫 주에는 어떤 책으로 공연을 만들지 정해야 되는데 각자 하고 싶은 책도 다르고 의견이 팽팽해서 그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김지원(동일여고 1학년)양은 “그때 그렇게 짜증나고 힘들어도 결국 4주차 공연 할 때는 단합이 잘되고 공연도 잘해요. 그렇게 안 맞는 게 점점 맞춰지는 거 보면 더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시각디자인이나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전여울(동일여고 1학년)양은 책언니 중에서도 그림을 잘 그려 주로 무대미술 담당을 도맡아 한다. “솔직히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지만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은 날도 있어요”라고 털어 놓는다. “그래도 빠진 적은 거의 없어요. 막상 나와서 하다보면 힘들지만 재미있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하며 “한명 안 나오는 것도 대게 커서 그래서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여울이가 책언니에서 공연 연출과 연기 그 이상의 것도 배운 것 같아 기특해 보였다.


책언니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다. “제일 뿌듯했던 게 공연이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애들이 와서 다음에는 뭐 보여 줄꺼예요? 라고 묻는거예요. 그건 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때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지원이는 말했다. 책언니 중 가장 맏언니 김민정(예림디자인고 2학년)양은 “우주이야기란 연극을 했었어요. 그때 제가 지구 역할을 맡았는데 공연이 끝나고 연기자들과 포토타임을 갖는데 애들이 ‘지구랑 찍고 싶어요!’라고 막 그러는 거예요. 그때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잠깐이라도 이 연극을 본 시간 속에 아이들에게 지구가 남았다는 그게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첫 공연 후가 가장 뿌듯했다는 정혜연(동일여고 1학년)양은 “아이들이 그렇게 조그만 줄 몰랐거든요.(관객 연령대가 주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다) 급 놀랐어요. 그런데 애들이 말도 잘 듣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막 재미있다고 해 줘서 정말 뿌듯하고 고마웠어요”라고 말하며 “아이들 눈빛을 보니까 뭔가 더 해주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책언니들은 책공연을 하기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 나이 대 여느 아이들과 같이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노력해 공연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단순히 공연을 만들기 위한 스킬을 넘어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언니의 대학생 멘토 서상연 군은 “처음에 교육 같이 받을 때는 아이들이 굉장히 소극적 이었어요. 이야기꾼이 직접와서 공연을 했을 때는 다들 부끄러워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어떤 책을 주제로 주면 어떤 방향으로 해 보자고 아이들이 먼저 의견 제시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라며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연극을 준비하고 마지막 주에 공연을 할 때마다 잘 되던 안 되던 저희가 저희 힘으로 만들었으니까 보람을 느낀다”는 상연 군은 “책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아이들이 한 달에 한번 책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듣고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월은 ‘독서의 달’이기도 하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책언니의 책공연을 시작으로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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