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시청을 꽤 자주 들락거렸다. 그런데 신청사를 들어서면 서울이 조선시대 이래 우리나라 수도로서 600년이나 된 오래된 고도라는 사실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새로 지은 우주인 같은 청사가 낯설어서일까?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는 왜 한양으로 천도를 했을까? 물론 고려의 잔재를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 도읍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양이 도읍지가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반도의 중앙인데다가 한강유역에 자리 잡고 있어 뱃길을 이용하는 데 편리했다는 점, 사방이 험난한 산으로 둘러싸여 천연의 요새로서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 인근의 김포평야와 같은 곡창지대를 끼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라는 풍수지리학상 배산임수의 명당자리라는 점 등이다.

도읍지가 정해지고 이제 한양의 설계가 시작된다. 성을 쌓고 사대문(숭례문, 돈의문, 흥인지문, 숙정문)을 내고, 왕이 거처할 궁궐(경복궁)과 조상신에게 제사를 드릴 종묘,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를 올릴 사직단을 짓는다. 육조거리에 나라를 다스릴 관청을 설치하고, 도로를 내고 시전(상점)을 설치하는 등 계획도시로서 한양이 만들어 진 것!  

서울의 역사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맞춤으로 있어 아주 반갑다. 서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앞으로 성장해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02년 개관이래 10년 만에 최근 전시실 구성이 바뀌어서 좀 더 재미있고 실감나게 600년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조선시대 한양, 개항과 대한제국 시절의 서울, 일제강점기의 서울, 고도성장기의 서울로 구성되어진다. 특히 조선시대 한양은 북촌을 비롯해 남촌, 중촌의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서울에 인구가 얼마나 되었는지, 시장 등 경제생활 모습은 어떠했는지, 아기자기한 이야기꺼리가 제법 펼쳐진다. 경강, 한강의 삶도 실감나게 전해진다. 

하지만 개항이후 대한제국까지 쉴새없이 밀려오는 세계열강들의 침탈 속에서, 서울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경성의 서울은 제대로 된 근대를 맞지 못한 식민사회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으며 서울은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은 공사 중이다. 포크레인과 불도저, 빽빽한 아파트가 서울의 모습으로 남는다. 거대한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 맞다. 서울은 여전히 공사 중이지!!

이렇게 차근차근 서울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서울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도시모형관으로 들어가자. 발 밑으로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우리집은 어디에 있지? 보인다! 우리 학교도 있다. 산도 도로도 제대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서울의 모습을 정말 잘 모른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북촌, 서촌 기행도 떠나보고 새로 연결된 서울성곽길도 걸으며 경교장, 옛 공관들, 청계천, 동대문역사박물관, 남산한옥마을 등을 돌다보면 어느새 몽천토성, 암사동선사유적지, 아차산성에도 이르게 된다. 600년 서울은 그 이전에도, 백제시대에도, 고구려시대에도 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인지 새삼 서울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진 : 역사박물관에 경북궁 앞 육조거리를 재현한 모형

오현애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며,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이다.  저서로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를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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