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현 글/ 휴 출판

 

<그리스 인생학교>를 읽으면서 잠시 그리스 여행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에 대해서라면 영화 <맘마미아>의 배경 정도로 알고 있거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상상해 본 조르바의 춤사위를 떠올릴 수 있다. 파란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흰 건물들이 촘촘히 있던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라 낭만적이긴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리스가 우리 신문에 장식한 불행한 경제 소식들은 낭만의 이름을 지우면서 ‘문제적 나라’로 새로운 이미지를 준 것이 사실이다.
작가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그리스의 독자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로인해 그리스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감성적이고 영혼을 울리는 듯한 책의 내용이지만 내 경우는 모르는 것을 많이 알게 된 점이 다행스럽다. 사실 난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리스 뒤에 로마가 붙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나 내가 늘 만나는 친구들이 순정만화 풍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열광하는지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도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고 저속한 번역과 그림은 문제가 있으나 여러 신들의 이야기가 다름 아닌 인간들의 세세한 모습들임을 알고 나니 아이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했겠구나 싶다.
신화는 ‘그 때를 살았던 이들의 영혼 그릇이다’라는 결론을 갖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무자비함과 거침없음, 사랑과 애증과 무모함 그리고 어리석음은 그리스인들의 인식과 영혼을 보여준다.
신화와 역사가 같이 이야기되면서 조금 헷갈리는 면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참 그리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히포크라테스의 조상은 의신인 아스클레오피오스로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한다. 앞부분은 역사이고 실존인물이고 뒷부분은 신화다. 모든 것이 신화에 대한 열정으로 나온 것이라 상상해 본다. 우리에게는 역사와 신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 동의보감의 허준이 삼신할매나 바리데기신의 후손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기독교의 사상은 그리스 신화의 많은 부분을 저속하고 자극적인 것으로 업신여겨 온 세월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리스인들에게 과연 신화의 얼만큼이 삶 속에 남아 있을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피타고라스 이야기다. 수학을 정말 못했고 좋아하지 못해서 수학자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뒷골이 띵 했는데 읽고나니 참 나는 아는 것이 없었구나 한심했다. 피타고라스는 철학자였고 거의 종교의 교주였다는 것, 최초로 철학자라는 말을 썼고, 우주와 개인을 연결하는 코스모스 라는 말을 썼고 평등을 추구했다는 것, 콩의 섭취를 죄악시하고 공동체를 이끌었다는 것...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지식이야 그야말로 네이버에게 물어보면 다 나오는 것인데 피타고라스가 살았던 사모스섬에 간 지은이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마음을 울렸는지. 그것은 아마도 피타고라스가 자주 제자들에게 했다는 질문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나는 어디에서 길을 벗어났는가,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 또 해야 할 일 가운데 무엇을 하지 못했는가.”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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