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라는 교실을 찾아 얼마 전 문성초등학교를 갔었다. “어깨동무”는 학교 안에 교육복지대상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교육청의 지원으로 금천에는 많은 학교에 이런 교실이 생겼다. 수업이 끝나고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우선 지원하는 곳이다. 이름도 다정한 “어깨동무”는 말 그대로 어떤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이름이다.
그야말로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이 이름이 나는 마음에 든다. 선별적 복지는 기초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우선 지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해서 나는 무엇보다 선별적 복지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생활부조의 차원에서는.
그런데 교육차원에서는 나는 효율성을 따져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말 효과적이냐 묻는 다면 아니라고 본다. “교육”이 우리나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되어있다면 더구나 보편적 복지 차원의 지원이 되어야 한다. 영유아, 초등학교부터.
학교 답사를 하면서 공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학교”는 동네 아이들이 만나 공동체를 형성하는 첫 번째 장소이다. 이 곳에서는 이웃으로 사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끈”으로 또 다른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그러니까 “학교”라는 공간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공동체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되는 곳이다. 이 점을 생각할 때 “학교”는 동네를 이끌어가는 힘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해서 어른, 아이할 것 없이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하는 공간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고민을 하고 있고 생활에서 실천도 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을 얘기하면서 보편적 복지 대상 이 아닌 아이들을 골라내서 자존감과 정체성을 흩트리는 교육 현장의 일들이 안타깝다.


옛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야 말로 이 원칙을 잊지 않는 현장이 되어야 할 곳이다.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방법은 뭘까”를 고민하는 젊은 복지사를 만나러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문성초등학교를 소개하자면 역사가 깊은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금천구에 진입하는 곳인 시흥대로변에 있다. 주소는 금천구 독산동 시흥대로 460(867-1669). 거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학교 앞을 지나니 찾기 쉽다.
 너무 대로변이라 거대한 방음벽으로 요새처럼 쌓여있기는 하지만. 높은 요새안의 또 다른 별세계가 펼쳐진다. 학교 개교가 1956년이니 우선 오래된 나무들이 정문쪽에 자리하고 있다. 문성초등학교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기억은 가산중학교(옛 강서여중)시절이다. 여러 학교 아이들이 모인 중학교에 유독 똑똑하고 좀 “센”아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팅”문화와 다양한 놀거리를 자랑하던 아이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첫 번째 문성초에 대한 기억은 아이들이 기가 매우 셌다는 거. 또 하나는 똑똑했다는 거. 왜그럴까 생각해보면 부모님들의 생활 환경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많지 않았을까하는 거다. 일찍 감치 사회에 눈을 뜬 아이들, 성숙한 아이들이 많았던 기억이다.


그랬봤자 다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면 모두 같은 “친구”가 되지만. 학교는 리모델링이 되어 교사가 커졌다. 강당도 있고 무엇보다 넓은 복도가 있어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놀 곳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갔을때는 살구가 한참이고 포도가 익어가고 있었다. 두 건물 사이 교정(중정)엔 작은 연못과 벼를 심은 큰 통들이 나란히 있었다. 보통 솜씨로 가꾼 것이 아니다. 굉장한 정성을 들여 학교를 가꾸는 분은 어떤 분일까 싶다.
반별로 아이들이 가꾸는 텃밭도 건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방학에는 이 녀석들을 누가 돌보지? 하다가 안내받은 옥상으로 올라가니 예쁜 간판이 보인다. “하늘공원”이란다. 


“하늘공원”을 가꾸시는 분은 이 학교에서 정년퇴임 하신 전직 선생님이시다. 포도 넝쿨이 참 탐스럽다. 가지와 오이 토마토 할 것 없이 옥상엔 큰 텃밭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분이신지 참 고마우신 분이다. 학교를 그만두시고도 아이들을 위해 이 많은 농사를 혼자 짓는다고 하시니.
엄청난 일꾼이다.  학교를 가꾸는 데는 이렇게 선생님과 아이들과 학부모, 동네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학교를 더 개방해서 푸르게 가꾸고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담을 높게 쌓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다. 아이들의 안전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지킴이 역할을 넘어 학교를 더 안전하게 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어야한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문화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성숙한 문화인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큰 튤립나무와 자귀나무 아래서 나는 동네 사람들이 이것을 함께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옥상하늘공원의 모습

 하늘공원의 포도

 푸른 연못

문성초 중정(중간마당)의 모습-벼가 있는 통과 연못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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