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다니는 우리 마을답사 52 - 학교답사 7편

 

뜨거움이 더 할 수 없이 아스팔트를 달구던 한 낮, 답사는 시작되었다. 그 한참 이던 더위가 8월7일 입추를 지나도 꺽 일 줄 모른다. 믿었건만 믿을 수 없는 게 요즘의 날씨다.
문백초등학교(02-803-4155)는 문일중고등학교 뒤편, 시흥대로47길 43-1에 있다. 시흥대로 위 시흥 홈플러스에서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남서울 아파트와 롯데힐스테이트 아파트 사이에 숨어있다. 숨고 싶지 않았겠지만 숨겨져 있다. 그리 높은 지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오가다 이 학교와 마주칠 일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랄까.
들어가는 교문도 또 언덕 위에 있다. 그렇게 수고한 만큼 학교 안은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 첫인상이 작고 아담한 학교였다. 이 주변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니 아파트 단지의 생성에 따라 학교가 좌우되는 셈이다. 아파트 재건축이 결정되고 하루에 한반씩 아이들이 전학을 가고 다시 입주하면서 하루에 한반씩 아이들이 늘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다.

 


보완관 아저씨의 말로는 나쁜 사람이 도대체 들어오긴 힘든 곳이란다. 우선 학교가 아파트 안쪽에 있으니(밖으로 노출되지 않았으니) 관계된 사람 외에는 드나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사방으로 둘러싸인 아파트에서 내려 다 보는 사람이 많아 도저히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환경이란다. 심지어 하루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주민이 학교로 신고를 해왔는데. 내용인즉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싸우고 있다는 긴급 전화였단다.
보기에 따라서는 “왕따”나 “학교 폭력”으로 오인될 상황이었던가 보다. 학교 선생님들이 바로 현장으로 가보니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더란다. 그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있는 눈이 많아 생긴 에피소드이다.  보안관아저씨는 그래서 학교가 안전하다고 덧붙여 말씀하신다.
 하지만 때때로 애정이 지나친 부모님들 중에 뙤약볕에 ‘우리 애를 내보내시면 어떻게 해요!’라는 항의도 있단다. 예전처럼 뜨거운 운동장에서 조회서는 일도 없는 데 운동이나 수업시간 중 운동장에 나와 있는 것 초차 참견하시니 교사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체육관을 새로 지었으니 체육은 그곳에서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위험하다. 아이들이 대지와 호흡하며(운동장이 그나마 흙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유일하게 체육시간인 것도 문제인데. 그것마저 학부모의 참견으로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땀을 흘리며 뛰어놀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 몸속에 끈기와 인내가 자랄 수 없다.


또 내성이 키워지는 데는 그만한 어려움이, 극복해야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이 더운 여름에도 햇볕을 받고 놀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거다. 아이들은 뜨거움 속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놀 수 있다. 믿어보시라.
교문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풀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학교 숲이 있다. 잡초라 여길 강아지풀과 이름은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야생화들이 어울러더울렁 자라고 한 켠에는 고구마도 자라는 소박한 학교 숲이 있다.

 


 정문 왼쪽에는 학교 야생화 해설판이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아파트 숲에서, 학교 숲에서 매일매일 다른 자연을 만난다. 그렇게 작은 만남이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틈과 여지를 주는 만남이 될 것이다.
학교 운동장이 내다보이는 집, 교실과 복도에서 우리 집이 보이는 학교에서 만 가능한 아름다운 공동체가 문백초등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마도 이미 그러할 것이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그동안 '걸어서 다니는 우리마을답사'를 사랑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잠시 재충전 한 후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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