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잘되려면
 남의 아이도 함께 잘되야 합니다.”

오현애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51세)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시흥4동의 ‘기동대 이전, 중학교 유치를 위한 주민대책위’의 활동을 취재하면서다. 그 후 금천구청에서 협동조합 강의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교육을 마치고 뒷풀이에서 금천구 교육문제에 대한 경험과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다. 오 대표는 몇몇 사람들과 교육협동조합의 준비에 들어가 2013년 1월 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오 대표는 금천구에서 28년을 살고 있다. 아이들을 모두 금천구에서 키워내면서 느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다양한 시도와 경험속에서 나오는 고민을 들어봤다.

고민의 흐름
큰아이가 대학 졸업반인데 그 아이가 흥일초교를 다녔다. 4학년때 학교도서관 명예도서회장을 맡게 됐다. 당시는 구립도서관도 없었다. 학교도서관이라고 가보니 장서는 1만권인데 읽을 수 있는 책은 천권도 안될 정도로 열악했다.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으면 아이들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6년간을 함께했다. 전자도서관도 만들고 대출바코드도 만들고 도서교실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엄마들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둘째아이가 학교를 다닐 때 학교 운영위원장이 됐다. 그때가 격주 놀토가 시작될 때였는데 맞벌이 등으로 아이들은 방치됐었다. 그래서 엄마들과 함께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말 안가본 곳 없이 진행했고 이것도 한 6년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싹튼다. 학교도서관이든, 체험프로그램이든 6년동안 계속 참여한 엄마도 있고 3~4년 함께 한 엄마들도 있는데 아이들이 조금 크니 엄마들이 일자리, 생계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당시 놀토가 2주에 1번이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매 주 나와 준비했다. 그렇게 몇 년간 역량이 커진 엄마들은 체험선생님으로 전혀 손색이 없음에도 생계를 위해서 떠났고, 이런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사람이 계속 바뀌었다. 이 사람들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됐다. 엄마의 입장에서 학원비라도 벌면서 그동안 배운 것을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적으로 아이도 돌보면서…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조직 같은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속가능
엄마들에게 자원봉사로는 지속성의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자원봉사를 2~3년 하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일로 연결되어야 오래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협동조합’을 주목했다. 처음 준비를 하면서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게 뭘까? 고민하고 사람을 만나보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양질의 컨텐츠가 착한 가격에 들어오면 좋겠다 싶었다. 일을 하고 싶은 학부모가 강사가 될수 있다면 더 좋고.
결국 동네 어른이 동네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28년의 변화
금천에서 28년을 살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환경의 변화, 교육의 변화는 많았다. 특히 근래 2-3년의 교육문화는 많이 변했다. 에전에는 금천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제는 금천구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이 변화가 아닐까 싶다.

아이키우면서 활동하기
일을 하게 되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사람으로 신뢰가 아이와의 사이에 생긴다. 학교에서도 보면 도서관 일을 하거나 봉사를 하는 엄마들의 아이들을 보면 자부심이 있다. 아이를 방치하고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이라도,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가야 한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커뮤니티다 뭐다 해서 엄마들이 직접 공모사업도 뛰어들고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육나눔협동조합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어떻게 가야할지 가닥을 잡는 단계지만 우리의 자산인 교육콘텐츠를 살려내는 사업이 될 것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 등을 콘텐츠로 만들고 강사를 파견하고, 그 강사를 직접 길러낼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으로 동네 어른을 강사로 만들고 지역맞춤형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마을 기업이고, 우리 협동조합이 아닌가 싶다.

주민들에게
눈을 크게 뜨고 배움도 찾고 할 일도 찾아봤으면 좋겠다.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아이를 디자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잘 되려면 남의 아이도 함께 잘되야 한다. 그리고 협동조합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국민의 조합원화(^^)가 되면 좋겠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57호 2013.8.23~9.12 지면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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