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의 얼굴

김순옥, 김정애, 윤경순, 함석순, 이순자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이하 체험관)이 개관한지 3개월이 넘어섰다.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의 일환의 첫단계였던 체험관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자는 첫 발자욱을 때고 3개월동안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체험관의 얼굴인 5명의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이들은 체험관의 중심으로 오는 이를 처음으로 맞이하고, 나갈 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체험관 안내자원봉사를 하는 김순옥(63세),김정애(54세),윤경순(60세),함석순(64세),이순자(59세)씨다. 


이들은 모두 구로공단 인근에서 30~40년을 살아왔다. 지난 7월초부터 2달의 교육을 마치고  안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에 자리 잡은 윤경순씨는 “관람객이 오면 1층 쪽방과 가리봉 상회 등을 안내한다. 체험관에서 공부한 것과 내가 보고 경험한 것들을 함께 이야기 해준다. 그럼 반응이 다양하다”면서 “나이든 사람은 지난 옛일을 회상하기도하고, 젊은 사람들은 이런 방에서 어떻게 사냐고 되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982년에 이사 온 김순옥씨는 “공단에서 일했었다는 어떤 아저씨는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서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다시 오겠다는 말을 했다. 아이들은 당시의 삶을 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보여주니까 빨리 다가오는 것 같다.”고 그간의 경험을 건넸다.



다른 봉사와 다른 점

70년도 구로공단이 형성될 때 살았다는 함석순씨는 “여기 5명 모두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나도 고대병원 환자돌보미를 봉사를 하고 있지만 이곳의 활동은 다르다. 여기서 살고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고, 그 때의 감정을 전해주는 것”으로 이야기 했다.

이순자씨도 “그동안 봉사를 많이 했는데 이곳은 파고들게 만든다. 관람객에게 설명하려다 보니 내가 몰랐던 것도 다시 알게 되면서 자부심도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억 속의 사람들

몇 십년을 살다보니 거쳐갔던 여성노동자들도 기억하고 있었다. 

함석순씨는 “하루는 세들어 살던 한 여자가 출근시간이 한시간이 지나도 나오는 기척이 없어 가보니 연탄가스에 쓰러져 있던 것을 병원에 보낸적이 있다. 70년대에는 연탄보일러가 아닌  연탄아궁이었다.”고 설명했다.

윤경순씨는 “80년에 이곳에 왔을 때 가리봉역에 드나드는 사람을 보면 누구인지 다 알았다. 저 사람은 어디 살고 저사람은 어디에서 일하는지 다 알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빌딩에서 일하다보니 잘모른다.”며 세월의 변화를 말했다. 

김순옥씨는 “나도 이런 쪽방에서 살았다. 아이 둘 눕히고, 어른 둘 누으면 자리가 없었다. 시골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잘 수 가 없었다. 그러면서 같은 집에 사는 여공들의 연예사도 알게 되기도 하고, 그때 사람들이 종종 떠오르기도 한다.”며 기억을 되짚었다. 

지금은 그 여성 노동자들의 자리를 조선동포들이 차지했다. 이순자씨는 “중국에서 오면 먼저 가리봉에 온다. 여기서 벌면 대림동으로, 건국대학교 근처로 갔다가 명절때는 다시 여기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체험관이 위치한 가산 디지털 단지역 앞쪽은 많이 낙후(?)되어 있다. 특히 바로 옆에 번쩍이는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서니 바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이야기 곳곳에 스며들었다.

김순옥씨는 “이 동네에 빌딩이 60개정도 비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다 짖고 나서 우리세대가 떠나면 다음세대에게는 무엇을 남겨줄까?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이야기한다. 네 식구가 눕기 어렵고, 추운 겨울 연탄불로 데운 세숫대야 하나의 따뜻한 물로 온식구가 나눠 사용하던 것을 기억하니까 여기가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빨리 떠나고 싶다는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반대”라고 설명했다.

김정애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체험하면서 살았던 산 증인이다. 회사를 다닌 사람도 있지만 집에서 세놓고 살다보니 더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만났다. 전자회사 다닌사람, 가발공장 다닌사람, 미싱공장 다닌 사람…관람객들이 오면 그 사람들과 만났던 이야기, 동네 추억들이 떠오른다. 살아온 이야기들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로공단의 역사와 그속에서 땀 흘렸던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의 처음이자 끝을 담당하는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심어줄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체험시간 오전 10시~오후5시 월요일 휴관 문의02-830-8426>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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