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탐방 -금천노인종합복지관 꿈빛공연  전문봉사단


■ 지도강사 심용섭 

■ 단장 김순자 

■ 부단장/동아리반장 남궁영주

■ 단원

   김연수, 라경자, 최수봉, 김영희, 남정열, 조남희, 백순단, 위양자, 

   김계숙, 이쌍화, 류옥선, 임복환, 정월자, 심용섭


금천노인종합복지관 2층 열린마당(강당)앞에 늘어선 10여개 남짓한 의자에는 5명의 할머니와 1명의 할아버지가 앉아 강당의 활짝 열린 문 안쪽에서 흥겨운 우리가락에 맞춰 부채춤 연습을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하늘거리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전통무용 특유의 단아한 걸음걸이로 걸을 때 마다 빼꼼히 드러나는 하얀 덧신이 눈부시다. 서너 걸음 걸었을까 이내 ‘촥’소리를 내며 부채를 펼치고 일제히 뺑그르르 도는 모습이 장관이다.

“처음부터 이래 배워주면 나도 배우고 싶어. 여기 와서 보면 전부다 잘 추는데 나도 같이 추고는 싶고 해서 이렇게 뒤에 앉아 구경하고 있어”라며 하염없이 이들의 군무를 지켜보던 김정순(70세)할머니는 부러운 듯 말했다.

지난 10일 여느 때보다 한산한 느낌이 드는 금천노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는 ‘노인의 달’을 기념해 마련된 야외나들이도 빠지고, 일주일도 남지 않은 ‘제2회 서울시어르신생활체육경진대회(시니어예술제)’ 참가 준비로 ‘꿈빛공연전문봉사단(이하 꿈빛봉사단)’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꿈빛봉사단은 2000년 7월 개관한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역사와 함께한 한국무용동아리에서 비롯됐다. 7~8년간 한국무용동아리에서 춤 연습에 매진한 이들은 어느 순간 아마추어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리하여 2008년 4월 1일 1대 홍옥자 단장을 중심으로 ‘꿈빛공연전문봉사단’이 창단됐다. 

이후 꿈빛봉사단의 활동은 눈부셨다. 금천구 관내 뿐 아니라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각종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했으며, 2010년 2월에는 서울시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문화예술분야)에 입단하고 보다 많은 봉사공연을 하고 있다. 또, 같은 해  9월 동아시아 실버문화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12월에는 금천구 우수평생학습 우수동아리에도 선정 돼 명실공히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대표동아리이자 금천구 대표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꿈빛봉사단의 막내이자 청일점인 임복환(67세) 할아버지는 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2010년부터 복지관에서 하는 방문물리치료를 받았다. 2011년 물리치료사의 권유로 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임 할아버지는 복지관에 나와 운동도 하고 수업도 들으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좋아져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 등록해 취업도 하셨다. 김미가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임 할아버지는 근무하시면서 버신 돈의 상당부분을 복지관에 후원도 하시고 대회에 나가는 동아리에 격려금이나 간식 등을 보내며 응원하신다고 전했다.

그런 임 할아버지가 한국무용동아리에 들어간 것은 올해부터이다. 동아리에 들어오시기 전부터 동아리를 맴돌며 후원만 해오시다가 한국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하여 드디어 본인도 직접 한국무용을 배워보기로 결심을 한 것. 근무가 있는 날엔 연습에 나오는 것이 힘들어 동아리 지도강사인 심용섭 선생님이 개인지도를 많이 해 주신다고. 이런 선생님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오디션을 당당히 통과한 꿈빛봉사단원으로서 무대에 서게 되었다.

여성일색인 한국무용동아리에 청일점으로서 용기를 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춤추는 거에 남녀 구분이 어딨어? 특히 한량무라는 것은 원래 남자가 주가 되가지고, 양반 중에 한량들이 기생과 같이 어울려 추던 춤이야. 시도 읊고, 장구도 치고, 술 한 잔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춤이야”라고 설명하며 임 할아버지는 덧붙였다.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한국무용이 참 좋은 것 같아. 치매예방도 될 것 같구…”.





꿈빛봉사단은 공연장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찾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춤을 춘다. 근사한 공연장이 갖춰진 곳이나, 무대가 갖춰지지 않은 데이케어센터의 방바닥은 물론 그보다 열악한 자갈밭, 흙바닥에서도 공연을 한다. 김순자(71세) 단장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공연을 해도 불평한마디 안하고 최선을 다하는 단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13년 복지관의 역사와 같은 이들에게는 무수히 많은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다. 김영희(72세) 할머니는 “10여 년간의 활동으로 보람있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라며 지난 10여년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 중에서도 복지관 1층에 있는 데이케어 어르신들이 인상 깊네… 어르신들이 너무 천진스럽고 좋아하셔서 같이 사진도 찍고 준비했던 공연 이외에도 다른 춤도 더 많이 추고 왔었어”. 센터 방안에서 공연을 했는데, 아프시고, 더러는 정신을 놓치신 분들임에도 아이처럼 좋아하고 앵콜도 외쳤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 일 수 도 있는 분들 앞에서의 공연이라 더 기억에 남고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김 할머니의 얘기에 김 단장은 한 요양병원에 봉사를 갔던 일을 떠올렸다. “거기서 전에 복지관에서 같이 활동하던 분을 만났잖아요. 그 엄마 우리를 보더니 말은 못하고 진짜 반가워 하셨잖아. 난 보람도 보람이지만 참 가슴이 찡했어요. 그때 우리 무두들 눈물을 펑펑 쏟았잖우”

공연 후 요양원 어르신들 한 사람 한사람 다 포옹을 해드리고 왔다고 한다. 김 단장은 “우리가 건강할 때, 한 살이라도 더 강령할 때 열심히 봉사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꿈빛봉사단 입단은 한국무용동아리에서 3~6개월간 활동한 회원에 한에 오디션을 통해 입단을 할 수 있다. 한국무용동아리는 금천노인복지관 회원이면 누구나 입회 할 수 있지만 복지관 규칙에 따라 1인 1동아리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금천노인복지관 ☎804-4058로 하면된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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