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미 글/ 정문주 그림/ 사계절출판사

 

주인공 아이가 걱정스러워하는 엄마는 사는 건 죽는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세상의 심난함을 견뎌내는 주술적 역할을 하는 그 말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건 같은 이집 가족들의 현재적 위치를 보여줍니다. 
상우네가 벼랑 끝처럼 위태롭게 사는 이유는 아빠가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빠의 부재는 원인도 끝도 보이지 않는데 아빠가 왜 나갔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이 작품에서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듯 합니다.
문제는 아빠의 부재가 결손가정이라 불리는 이집 사람들에게 드리운 그늘입니다. 엄마는 일이 생기면 대책 없이 눈물만 흘리고, 누나는 소위 결손가정의 문제아로 엄마를 학교에 오게까지 합니다. 그렇게 사는 엄마와 누나가 상우는 답답할 뿐 이지요.
얼핏 보기엔 바다로 간 것 같은 아빠와 죽어가는 감나무에 약도 치지 않으면서 살아내기를 바라는 엄마는 같은 부류의 사람일 것 같은데요,
그래서 같이 살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지요. 4대 독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우만을 챙기고 싶은 친가에 가는 건 아빠가 그렇게 된 책임을 뒤집어쓴 엄마와 엄마를 옹호하는 누나에 대한 배신일 수 있지만 그러나 자신의 현재 처지를 벗어나고 싶은 상우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합니다.
상우의 나이는 열 세살입니다. 수학 문제 푸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아이들에게 눌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당찬 아이지만 아빠의 부재를 감당하기는 벅찬 나이입니다. 어쩌면 열 세살은 그런 나이인지도 모르겠어요.
기우뚱거리며 세상을 느끼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나이요.
학교에서 아빠의 부재를 감추던 상우는 상을 받으며 결국 아빠가 없는 아이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니 사실은 친한 친구들은 알고 있었지요. 상우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은 긴 갈등으로 숨이 막히게 했던 어두움과 갈등을 비로소 위로해줍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상우는 자신에게 이야기합니다. 오해했던 친구에게 사과도 하고 그리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도 해야겠다,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숙제를.
삶의 문제들이 버겁지만 내일을 살아야할 상우는내일을 숨쉬기 위해 단지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마음 닿는 것을 하면서 살아내자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감상적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감상적이지 않은 문체로 감동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장편, 작가 특유의 구성과 문체로 보통 아이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바람 아닌 바람을 정직하게 고통스럽게 풀어놓은 걱정쟁이 열 세 살입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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