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글/ 이형진 그림/ 랜덤하우스코리아 출판
상수리나무집 사람들, 이 책의 갈피에는 테레사의 글 한 구절이 적혀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신들이 존중받는 것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상대방이 품어야 할 호의에 대해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으리라. 당연하게도 여기서 가난은 꼭 물질적인 가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수리나무집 사람들'은 공선옥 소설이 가진 한과 슬픔이 어린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이 작품은 따뜻하다. 상수리 나무집에는 하나같이 어렵고 가난한 이들, 돈도 없지만 마음도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이 모여든다.
갈 곳 없던 옥주 할머니를 보고 점쟁이 할머니 용화는 '백날 천날 걸어 봐야 갈 곳이 없구나'하며 상수리나무집에 받아준다.
그래서 눈먼 길수와 아들 별이도 받아주고 영이와 그의 딸 송이도 함께 지내게 된다. 일분군으로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점쟁이가 된 용화 할머니, 정신대 위안부의 아픔은 지닌 옥주 할머니, 피난지에 부모을 잃고 눈이 먼 길수 아저씨와 그의 슬픈 아들 별이, 그리고 미군부대 여자였던 영희와 그녀의 까만 딸, 송이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이들이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것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말문을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상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감싸 안고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가 마치 봄아지랑이를 느끼듯 따뜻함과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어머니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남았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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