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11시 홍정삼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운영하고 있다는 슈퍼마켓 소비자유통을 찾았다. 현대시장 골목을 들어가면 중간쯤에 위치한 80여평 규모의 가게인데 가게 간판에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단체사진이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우리 사장님이요? 사람 참 좋지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한테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홍성순(56)씨는 소비자유통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를 하고 있다. 홍 대표에 대한 직원 홍씨의 자랑이 이어졌다. “어디서 뭐를 하나라도 얻어 오셔도 직원들 나누어 주려고 하시지 당신이 드시려고 하지를 않으세요. 직원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항상 그래요. 월급도 그렇고 항상 배려해주고 챙겨주세요”
홍씨를 비롯한 13명의 직원들 모두 3~4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가게 지하로 내려가면 물건들이 놓여 진 진열대를 프레임 삼아 사무공간으로 나눈 2평 남짓한 소박한 사무공간이 있다. 한쪽 벽면에는 지난 5년간 시흥1동 사무소를 통해 쌀을 기부했던 기념사진이 쭉 걸려있고, 그 아래 홍 대표가 받은 각종 표창장이 걸려있다. 반대편 벽에는 앞서 가게 간판에 있던 직원들의 단체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손주로 보이는 사내아이 사진 등이 걸려있다.


전라도 해남에서 5남 5녀 중 셋째아들로 태어난 홍대표의 유년시절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참 못살았어요. 엄청 힘들었죠. 부모님한테 재산도 하나 못 받고 어렵게 살다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해서도 너무 힘들었어요. 돈이 없어서 교회 지하에서 살았어요. 수도도 없어서 물을 떠다가 밥 해먹고, 화장실도 멀리 나가서 보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았어요. 돈이 없으니까….” 홍대표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부터 막연히 돈을 벌면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3년 전 처남과 함께 현대시장에 가게를 하나 얻었다. “그때는 여기가 시장도 아니었어요. 길 건너편에 있는 대명시장이 엄청 컸었어요. 옷가게가 몇 군데 있고, 철물점이 있던 작은 골목이었죠. 앞서 이 건물에서 가게를 연 사람들이 세 사람이나 망해 간 자리였어요.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이 시흥역에서 내리면 이 길을 통로로 해서 사람들이 올라오더라구요” 처음하는 장사가 녹록치만은 않았다. 500원 주고 사온 오이를 가게근처 노점에서 3개 천원에 팔면 손해를 보면서 똑같이 3개 천원에 팔며 경쟁을 했다고. “정말 열심히 일만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차근차근 아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하루매출이 오르고 올라 여기까지 온 거에요” 홍대표는 15년 전 처남에게 슈퍼를 인수받아 당당히 소비자유통의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가게가 있는 건물도 장만했다. 가게 2층으로 두 세대의 가정집이 있는데 한집에는 결혼한 큰아들네가 살고 한 집에는 홍대표 부부와 작은 아들이 살고 있다. 올 11월에는 작은 아들도 결혼을 해 출가할 예정이라고.


“봉사를 한지는 5~6년 밖에 안돼요. 자랑은 아니지만 돈도 잘 벌고 있고 , 내 건물에 내 사업장을 갖고 있으니 이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업하고부터 지금까지 오타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고 있다는 홍대표가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돕기 시작한 것은 배달을 갔던 한 조손가정을 만나고 부터이다. “80대쯤 돼 보이는 노인장이 계단도 한참 내려가는 캄캄한 굴 속 같은 지하에서 손주 둘을 데리고 살더라고요.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악취가 말도 아니었죠. 어디가 아프신지 활동도 잘 못하시는데 손주들까지 돌보아야 하는 처지가 너무 안됐더라구요. 그래서 쌀을 10키로짜리 하나 가져다 드리고, 배달을 다니며 그 앞을 지나가게 되면 과일이고, 음료수 등을 문 앞에 놔두고 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인에게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들어 봤다고 한다. “서운한 마음은 없어요. 항상 마음이 즐거웠으니까” 그 노인을 시작으로 홍대표는 어려운 이웃과 지역의 복지관이며 어르신 잔치 때 마다 과자와 음료수 등을 후원하고, 해마다 정기적으로 쌀도 기부하고 있다.


“저희 입장에선 집보다는 남들을 더 신경 쓰시니까 서운했던 적도 있었죠. 젊어서부터 원래 남들 돕는 걸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가 사장인데 뭐 직원(홍대표의 두 아들은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다)들이 할 말 있겠습니까? 저희는 모르고 있다가 손님들이 와서 뭐 잘 받았다고 얘기를 하면 그때 아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라고 말하며 홍대표의 차남 홍근신(31)씨는 “그래도  애기 좀 해 주셨으면 하는 것도 있는데요. 특별히 다른데 돈 쓰는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 돕는다고 하시는 것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감수하고 가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홍근신씨는 “어느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오셔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쌀을 좀 주셔야겠다고 하셔서 그러면 도와주세요.라고 했다가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처음엔 40포로 시작하셨어요. 그러다 해 마다 100포 150포 200포 올해는 300포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해마다 하시는 일이니까 이제는 저희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해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홍근신씨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자랑스러움이 전해져 왔다. “저희 아버지야 항상 저희를 위해 고생 많이 하시고, 너무 감사하죠. 이렇게까지 자리 만들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애들이 하라고 하고, 더 도우라고 해서 하지 저 혼자는 못해요”라고 말하는 홍대표. “제가 앞으로 5년 이상하고 아들이 이어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은 금천구 구민의 날 이었다. 이날 구민의 날 기념식에서 홍대표는 모범구민(지역사회봉사부문 공동수상)표창을 받았다. 구청장에게 표창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홍대표를 보았다. 유독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받은 홍대표는 꽃 속에 파 묻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구민상 받을 때 왜 그렇게 우셨어요?”라고 묻는 기자에게 홍대표는 “상을 받아 운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그저 사회자가 표창 내용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라고 말했다. 표창장에는 ‘귀하께서는 평소 어려운 이웃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생활하여 왔으며, 특히 주변 저소득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루는데 공이 크므로 제18회 금천구민의 날을 맞이하여 구민의 뜻을 모아 이 상을 드립니다’ 라고 써 있었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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