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66호에서 2013년 12월 서울시 우수사회적기업에 금천구의 (주)심원테크가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금천구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인 심원테크를 이끌고 있는 김준호 대표를 만났다. 





심원테크는 토너카트리지 재생기술을 통한 자원재생기업이면서 장애인 사업장이기도 하다. 전체직원 19명 중 장애인이 12명, 취약계층이 2명이다. 

레이저프린터에는 토너카트리지가 들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토너의 정품 가격이 비싸다.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재생토너를 사용한다. 재생토너는 일반적으로 외관검사 후 토너분말만 재충전한 것이다. 재제조카트리지는 다 쓴 토너를 완전 분해해 주요부품을 교체하거나 정비해 정품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토너를 말한다. 가격도 정품에 비해 30~40% 수준이다. 

김 대표는 “1년에 전국적으로 1천만개의 토너를 쓰고 버린다. 버리는 토너를 보면 주입한 분말가루의 20%정도가 폐토너실에 담겨 있다. 이 분말가루는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연간 수백톤씩 매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 토너회사인 엘지화학, 새한 등에서 나서 회수해야 하지만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안하고 있다. 환경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심원테크와 일반기업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1대의 토너카트리지를 생산할 때 재제조토너는 신제품 토너에 비해 CO₂발생률이 28%밖에 안된다. 반면, 고용효과는 8명(신제품제조 3명)으로 약 3배에 달한다.

“일일이 나사를 풀고 부품을 갈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수작업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원선순환의 과정과 고용창출의 효과가 있지만 가격만 보는 시장에서는 외면받는다. 

김 대표는 “시장은 가격만 본다. 그 제품의 품질과 사회서비스를 보지 않는다. 특히 토너카트리지 시장에서는 기술개발경쟁이 없이 가격경쟁만 있는 시장이다. 그 가격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려면 자원순환이나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버려야한다. 폐기물을 양산하는 제품을 공급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어려움을 말했다.

때문에 심원테크는 새로운 토너재생기술을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전국 300여개의 재제조업체중 단 3곳만이 갖고 있는 성능K마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인증제품’의 타이틀은 심원테크만이 유일하다. ‘조달청우수제품’, ‘기술혁신중소기업’, ‘기술벤처’ 등의 타이틀은 어려운 시장개척을 높은 기술력과 품질로 돌파하겠다는 심원테크의 전략이다.

김 대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기술력에 기반한 차별화밖에 없었다. 그래서 각종 인증마크를 받아왔고 2년에 1개 정도의 특허도 받았다. 그 만큼 제품 품질에 투자를 했고, 품질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얼마 전  국내최초로 ‘토너파우더 재활용기술’ 특허를 받았고 지금은 해외특허 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심원테크는 자원선순환의 녹색기업인 동시에 전체 직원 중 60%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장애인사업장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현실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는 마크도 넣지 않았었다. 나중에 품질경쟁력을 인정받고 나서야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는 마크를 넣었다.”며 그동안 겪은 가슴앓이를 내비쳤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하고 자리를 잡은 후 신규채용에 장애인 고용을 넣었을 때 많은 직원들이 반대했다. 그때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유년시절 장애를 가진 사촌과 함께 지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중학교 초반까지 동갑내기 사촌과 함께 지냈다. 원래 말도 잘 못할 정도로 더듬었는데 10년정도 같이 크니까 많이 향상됐다. 그런 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없었다. 우연찮게 1명으로 시작했고 점점 늘어났다. 그러던 중 노동부장애인촉진공단에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제안 해 지정됐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들 속에 소수가 있으면 정말 힘들어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다수고 소수가 비장애인이면 다르다. 장애인의 특성은 다 다르다. 생산성의 문제도 있지만 유형별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타 사업장의 생산량은 우리의 5배정도 된다. 대신 불량률이 우리보다 4배가량 높다. 장애인의 특성이 있다보니 비장애인들이 100개 만들면서 적당히 넘기는 것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분석했다. 

이런 과정속에서 심원테크는 어느 순간 사회적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됐고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이 됐으며, 김 대표는 금천사회경제연대을 이끄는 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 


사회적 기업? 사회공헌 기업?

김 대표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영업을 해서 낸 이익금으로 기부금을 내놓아 사회공헌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기를 판 돈으로 기부금을 낸다면 진정한 사회공헌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기부액만 보면 1등이 삼성일 것이고 대기업이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혀 “사회적 기업은 기업 스스로가 사회적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에서 한단계 더 나가야한다. 내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한다.”고 제안했다.


금천사회경제연대

김 대표는 금천구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이 모여 있는 금천사회경제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대표는 “지역을 기반하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조직간의 연대와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면 그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주체들간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도 스스로 진화해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금천사회경제연대를 설명했다.

덧붙여 “사회적기업이 된 이상 태생적으로 지역사회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엄격한 윤리적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적기업 전체에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시장이 형성돼야

사회적기업들도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 그런데 그 시장의 대부분은 가격경쟁력만 따진다. 

김대표는 “현재까지 고집스럽게 이 길을 지켜왔다. 심원테크의 진정성,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소비시장, 소비문화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냥 사회적기업이니까 써달라는 것이 아니라 품질이 관리돼고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건넸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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