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20년 - '내란예비음모상상추정죄'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71


예전에 한 TV 사극에서 궁예의 관심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기를 미륵이라 여긴 궁예가 자기의 반대자들의 속마음 속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관심법을 터득했다고 믿고 의심하고 단죄했다. 

관심법은 상대방에 대한 어떤 존중도, 과정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일방적인 폭력인데 거기에는 오직 편견과 증오와 잔인함만이 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실토할 때까지 주리를 틀고 매우 쳐라." 식의 법감각은 봉건시대나 가능하다. 근대법은 오직 행위의 결과만을 판단한다. 

속으로 강도짓을 천번 만번을 해도 실제로 강도짓을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나 관심법이 존재했다. 일제가 만든 치안유지법 후예인 국가보안법이 그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의 머릿속을 처벌하겠다는 법이다. 이런 법이 만들어 낸 광기가 바로 빨갱이 낙인찍기이며, 최근에는 자기를 빼면 모두가 종북 빨갱이로 보이는 색맹현상, 상대에게 ‘개새끼 해봐’라는 몰염치와 파렴치한 모습들이 현대판 관심법이다.     

 국가는 오래가지만 정부는 한시적이다. 그런데 국가를 사유화하는 이들이 있어 반정부를 반국가로 매도하면서 공안이라는 이름의 흉기를 휘두른다. 그것이 유신독재였다. 박정희 정권의 포악성을 세계만방에 떨친 것은 김대중 납치 살해 시도와 인혁당에 대한 사법 살인이었다. 

특히 인혁당의 경우 재판의 판결도 나기 전에 사형을 준비했고, 판결이 나자마자 사형을 집행에 전 세계 사법인들이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 불렀다. 이 암흑의 시간을 깨트리고 민주와 인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80년 광주와 87년 6월 항쟁과 그 뒤를 이은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흔히 역사와 미래에 무지한 이들이 지금처럼 먹고 살게 된 것이 박정희 덕이라고 한다. 자기 딸보다 어린 여성을 유린하며 주지육림(酒池肉林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에 빠진 독재자가 뭔 일을 해서 살게 해줬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나마 살게 된 것은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의 덕일 터, 하지만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살지 못했다. 오직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와 인권의 시간을 열었고 뒤를 이은 노동자들의 대투쟁으로 우리들의 지갑에 그나마 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나마 살게 된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하지만 97년 IMF 사태 이후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혐오한 자본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우리의 삶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자본의 더러운 일자리, 불안한 일자리 만들기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결과 유신독재의 데쟈뷰를 느끼며 살게 됐다. 

총칼의 쿠데타가 관권선거부정의 쿠데타로, 사법을 통한 공안 독재가 사형에서 20년 구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독재자의 딸이 독재를 유산 받아 인권과 민주주의 정반대 정치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공안탄압이 종북과 내란음모라는 이름으로 진보정당과 진보 정치인들을 정치적 사형으로 내몰고 있는 통합진보당 탄압이다.  

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게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징역 10~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통해 확인된 것은 검사들의 주장이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에 걸 맞는 증거라고 내세운 것은 조작된 것이고 명징한 증명 없이 추측이나 억측으로 꿰맞춰졌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재판을 두고 네티즌의 풍자를 빌려 ‘내란예비음모상상추정죄’라고 불렀다. 

검사가 밝힌 중형 구형의 이유를 보면 더 가관이다. 검사는 북과의 연계는 밝히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했다. 강도를 한 것은 밝히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험악한 강도를 벌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재범을 막기 위해서 중형을 구형했다는 것이다. 

법이란 과거, 즉 이미 이루어 진 범죄에 대한 판단이다. 그런데 정치검사들은 언제나 가정법에 의해 미래를 처벌하려 한다. 게다가 웃긴 것은 검찰이 내란음모의 근거로 든 예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들씌워진 죄, "최규하 대통령의 민주화 조치를 기다리자. 그런데 이런 조치가 없거나 미흡하다면 우리 국민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라는 연설이 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대중 내란음모는 그 자체가 무죄로 판명된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석기의원등에 대한 내란음모죄를 김대중 전 대통령 사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한국 경찰의 인식이 역사적으로 무식하거나 아니면 박정희 전두환 때에 멈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가 독재의 유전자를 가진 민주주의 시대의 좀비인줄 모르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이다. 파리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무엇인지 교육받고 온 김진태는 “20년도 사실 적다. 제 주위에서는 무기징역이다,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다”고 한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 20년 구형도 모자랄 듯 보인다. 심지어 국기를 흔드는 이런 죄는 사면이 없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 관심법은 스님들의 자기 성찰법이다. 남의 마음을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을 관조 성찰하는 것이 관심(觀心)이다. 남의 당의 정책과 노선을 훔쳐보며 성질내지 말고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자행한 관권부정선거, 그 관권부정선거를 은폐하는 짓이야 말로 국기를 흔드는 것이니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특히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노예노동을 시켰다. 예술을 능멸하고, 최저임금의 반만 주어 사람을 반인반수로 만든 것이 인간에 대한 최대한의 모욕이자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짓이다. 너 자신을 관심하라.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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