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조 조작의 추억,  우리는 아직 유신의 망령에 갇혀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채한 중국동포 출신 유우성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 갈수록 나라꼴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북한을 넘나들며 탈북자 정보를 제공했다는 간첩 혐의를 받은 유우성씨는 이미 1심에서 경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이 조작된 것이 확인되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를 뒤집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의 북-중간 출입경기록이 또 위조된 것이 중국 대사관을 통해 들어났다. 나라가 졸지에 양아치만도 못한 꼴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중국의 국가 기관인 중국대사관의 영사부가 공식문서로 “위조”임을 확증했는데도, 검찰이 “위조”라는 단어를 놓고 말장난을 하다가, 중국외교관이 사전의 정의대로 이해하라고 일침을 놓자 이번에는 유우성 씨의 변호를 맡은 민변과 중국대사관의 커넥션을 의심하며, 중국말은 믿고 대한민국 말은 믿지 않는다는 애국몰이로 초점을 흐리고, 그도 모자라 아예 중국과 북한의 대남 전략이라 하더니 이제는 아예 방첩 차원의 애국이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번 사건이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의 밀입북 기록의 작성한 삼합세관은 화룡시 공안국이 아니라 용정시 공안국에서 관할하고 있기에 이 자체로 거짓이라 하고 있다. 더욱이 화룡시 공안국에는 출입경관리과가 없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랍시고 재판정에 제출한 것은 간첩이라면 꾸벅 죽는 국민과 재판정을 우습게 보는 우롱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국현대사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났다. 뒤늦게 고문으로 조작된 것임이 들어나는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이 주일본 한국 영사관(중정, 안기부, 국정원)들이 보낸 첩보자료가 직접 증거가 되어 간첩으로 만들어 졌다. 그러니 이번 사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저 유신 독재시절의 흔한 관행이 이명박근혜 집권과 더불어 부활했을 뿐이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며 음지에서 고문과 조작과 음해를 가해 민주와 인권을 부정하는 감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투쟁이 민주화운동이다. 반면에 애국 안보 방첩이라는 말로 위장한 통제받지 않는 권력들의 폭력이 정치의 중심 주력이 되는 순간 독재정권이 된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대선에서의 관권부정선거가 그 대표적인 행위다. 이후에 이를 덮기 위한 공안정국의 조성은 공포와 탄압을 가중시켜 민주와 인권을 압살하는 전형적인 독재 권력의 수법이다. 

이런 역사적 퇴행이 가능한 조건이 무엇일까? 잘못된 역사가 청산되지 못하고, 불의한 세력이 출세하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정부 시대에도 역사를 단호히 바로잡지 못하고 반공 분단과 친미 사대, 그리고 오직 이기적 탐욕에 근거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주의에 반대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 사회적 약자에서 함께 살자는 공동체적 입장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똑같은 이기주의자들, 나아가 반대를 위한 광신자들 쯤으로 매도하는 역풍만 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몽땅 서로에게 도둑이고 사기꾼이고 안 되면 강도가 되는 세상에서 이기는 것이 장땡이라는 생각이 정치와 경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 위에서 가해자의 사죄와 보상 그리고 피해자의 용서가 필요하다. 이순서는 바뀌어 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먼저 용서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일방적 면죄부요 옳고 그름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문제가 됐다면 그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애국이건 방첩이건 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증거를 고문으로 조작한 것도 모자라 타국의 공문을 조작하는 것은 오직 고문과 조작을 하는 폭력이외에 나라에도 국민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는 수치일 뿐이다. 거짓에 근거한 방첩과 조작에 근거한 애국이라니... 


이런 파시즘적 생각이 가능하고 심지어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민주주의를 혐오한 유신 독재의 망령에 빙의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떤 방송에서 KAL기를 폭파했다는 희대의 살인범 김현희가 나와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강연을 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수백 명 죽인 사람이 전쟁을 막자고 한 강연을 두고 질이 나쁘다고 한다. 수백 명을 죽인 사람이 당당하게 영웅 취급하는 것도 기괴하지만 빨갱이 간첩으로 찍히면 어떤 일을 해도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장면이다. 이런 장면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과 살육과 그리고 연좌제에 기초한 독재정권의 강력한 탄압이 국민들의 머릿속 무의식에 본능적인 공포를 심어 놨기 때문이다. 그런 반북 반공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자기가 간첩이 되지 않으려면 남을 간첩으로 만들고, 그 비판에 줄을 서지 않으면 불안해 견딜 수 없는 세월을 평생 살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평생 고문의 고통 속에 살아간 김근태 선생이 고문의 참상을 폭로할 때 사람들의 반응이 "간첩도 아닌데 무슨 고문이야."했단다. 결국 지금의 모습은 간첩이면 고문도 해도 되는데 그깟 정보 조작쯤이야 무슨 큰 죄란 말인가 억울하다는 것이 국정원과 검찰, 새누리 당의 주장이다. 

23년 만에 유서 대필의 의혹으로 고통 받던 강기훈씨가 무죄 판결의 억울함보다 김연아의 은메달에 더 억울해 하는 세태, 고문 조작을 감당했던 이들이 오늘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국회의원으로 호의호식하는 세태, 못된 짓을 할수록 더 출세하고 잘 사는 세상이니 더욱 더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세력과 그들의 짓이 대한민국의 국격이 되고 말 기세다. 이런 세상이 바로 민주화되기 전 유신 독재 세상의 모습이었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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