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울음을 섞은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다가온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맞벌이를 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사직을 하고 고용보험 신청을 했는데 그것을 의심한 고용센터에서 별별 서류를 제출하라 하는데 그게 말 그대로 산더미다. 행정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그 냉정한 요구에 복장 터져 죽는 것은 우리 서민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잡혀 갔다. 왜 그러냐? 질문하니 너네 활동의 99%는 문제가 없다. 다만 1%가 문제다. 라고 한다, 그 1%가 뭐냐? 물으니, 너네 머릿속이다. 한다. 아니 내 머릿속을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크고 힘센 두 사람이 한국의 암 덩어리를 규정했다. 집권세력을 대표하는 박근혜 씨는 기업 활동의 규제를, 제도 야당을 대표하는 김 한길 씨는 국정원의 행태를 들었다.


박 근혜 씨의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의 한 일 중 유일하게 여야를 불문하고 칭찬을 받는 것은 그린벨트정책이라 한다. 그것을 통해 막개발과 전 국토의 콘크리트 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대표적이 규제다. 극독물이나 중금속 배출의 한도를 정하는 것, 산재발생에 대한 조건을 엄격하게 만드는 것, 생태와 생명을 이윤과 이익의 이름을 배제해 버리는 것, 공동체적 가치를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워버리는 것, 이런 부분에 제한을 둔 것이 이른바 규제다. 이런 규제를 푼다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와 생명의 가치를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규제는 기업에겐 암 덩어리지만 서민과 사회와 역사에겐 암은커녕 일종의 비타민 C 같은 존재다. 이를 암 덩어리로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사람 세상의 암세포인 셈이다. 


김 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식 표현을 빌린다며 한국의 암 덩어리를 국정원이라 했다. 한국의 대외 정보기관이 간첩을 적발했지만 그게 거짓이었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면서 듣는 구박이다. 원래 고문 조작은 파시스트들과 독재 정권의 본연의 모습이다. 예전에도 말에는 경우를 따지고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는 따졌다. 말의 앞뒤를 따져 그래도 일관성을 생각하고 그것이 깨져 한 입으로 두말하면 인간이 아니라는 죄의식을 가졌다. 

창과 방패로 모순적인 주장을 하면 염치가 없고 체면이 서지 않는 창피로 알았다. 그런데 증거가 없어도 그나마 있는 증거가 조작된 것이라도 여전히 간첩이라는 여당 의원, 그냥 증거 하나 조작한 것이 뭐가 문제라는 여당의원, 그래서 조작을 해도 애국이라는 멍멍, 이 개소리들의 난장판이 된 나라 대한민국은 이미 개나 닭의 나라에 불과하다. 


국정원의 문제는 안보를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부 안보로 본 것이다. 그러니 안보의 대상이 적국이나 타국이 아니라 자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작전을 펼친다. 본질적으로 그들의 눈에는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들이다. 감시하고 관리하지 않는 한 불온한 존재들이다. 이런 관점은 시민이 아니라 신민으로 보는 봉건시대 의식이다. 근대에 들어서는 제국주의가 식민지 민중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이런 짐승보다 못한 생각의 완성은 집권의 정통성이 없는 군사독재가 백성을 탄압하고 지배하는 것에서 마련된다. 여기에 대척적인 것이 민주공화국적 관점이다. 백성이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이라는 것. 그게 실종된 이명박근혜 시대다.


박근혜-남재준의 국정원은 이런 점에서 반 민주주의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관권부정선거로 부정한 권력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암에는 둔감하며 감기에 예민한 모습이 현재 김한길과 안철수의 모습이다. 그러니 김 한길의 국정원 암 덩어리 론은 틀렸다. 소탐대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암 덩어리는 사대주의에 미쳐 자기가 노예인 줄도 모르는 노예의식이다. 주한미군을 절대적인 안보 방패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이 아직도 미국의 군사보호령에 불과하다는 저열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사대 매국이 애국으로 표현되는 도착적인 역사의식이 암 덩어리다.


더 근본적인 암 덩어리를 만드는 암세포는 세상과 인생의 목적과 주인은 사람이 아닌 돈으로 보는 관점이다. 자본이라는 물신에 사로잡혀 자기가 중독된 줄 모른 중독자로 사는 자본주의적 생각이 궁극의 암세포다. 반칙을 원칙이라 하고 매국을 애국이라 하고 분단을 통일이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시대 암 덩어리다.


이번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어떤 언론은 신념의 과잉이라 한다, 무슨 신념이 거짓과 조작과 허위에 근거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신념이 바로 광신이다. 광신과 중독에서 과학적 이성과 사람에 대한 감성을 다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정치와 박근혜 식 통치가 참으로 민망하다. 


구청역 앞에서 국정원 특검 촛불 시위를 하는데 지나가는 노인이 힐난하며 묻는다. 이게 뭔 짓이여?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짓입니다. 이어 그 노인 묻는다. 너네는 어느 나라 국민이냐? 나도 돼 묻는다. 할배는 어느 나라 국민이라 헌법 1조도 모르고 주인에게 노예의 질문을 하는가?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