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끔 진실된 말은 ‘어른들은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이다. 아빠의 친구, 엄마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 보라는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동감이다. 아마 어른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취해 아이에게 미리 물어보는 그런 일은 할 생각도 못했겠지.

주인공 보라는 너무나 맞지 않는 엄마아빠가 이혼을 하고 새엄마와 산다.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새엄마를 미워하지만 새엄마는 보라를 미워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지만 보라는 새엄마를 계속 미워하고 못된 행동만 한다. 그럼에도 은근과 끈기로 보라를 감동시키는 새엄마, 그러나 고집스럽게 마음을 풀지 않고 짝사랑하는 친엄마의 집에서 방학을 지내기로 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보라의 자리가 없다. 새엄마를 미워하고 엄마와 아빠가 있는 자신의 완벽한 자리를 꿈꾸는 보라의 바람은 어떻게 보면 정직하다. 

그러나 그 꿈은 분명 이기심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자신의 자리가 가족의 변화로 인해 허물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작가는 계속 보라의 행동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쫓아갈 뿐이다. 새엄마는 자신 역시 새엄마 밑에서 자랐고 그래서 새엄마에게 준 상처와 미안함을 갚기 위해 보라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엔 보라 역시 노력하겠다고 생각한다. 예상된 결론은 조금 싱겁다. 치열하지 않던 보라의 미움만큼이나.(*)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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